여름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선선한 날이 계속되는 여름입니다.
지난번 휴가증을 조건으로 LA에 다녀왔건만, 그 휴가증을 저에게 준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누님이 휴가를 가버렸다더군요=_=;
(...저를 LA 왕복 시키면 그 휴가증을 운항관리사 누님께 드린다는 조건이었다나요=_=;; )
휴가도 못가고 LA왕복으로 봉사 한번 제대로 한 셈이지요.
그런 연유인지, 최근들어서 장거리가 아닌 중/단거리 스케줄이 자주 걸리고 있습니다.
퇴근 후 집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역시 휴가보다는 덜하달까요=_=;;
여하튼, 오늘도 2시간 남짓의 짧막한 국제선을 2LEG를 뛰게 되었습니다.
첫 코스는 인천-오키나와 왕복구간이구요.
이번 비행도 정식편 기체가 아닌 퍼플라인 기체라고 하네요.
(...B742나 F100 이런거는 아니겠지요=_=?)
이번 오키나와까지 갈 KA559편은 109번 스팟에 대기중이라고 합니다.
그럼 비행하러 가볼까요?
109번... 저쪽이네요.
움... 나름 괜찮은 녀석이 걸렸네요~. 559편을 운항할 항공기는 B767-300ER입니다.
A330-300에 밀린 이후, 핑크라인에서 퇴역한 후, 지금은 퍼플라인으로 활동중인 녀석이기도 합니다.
조종실에 짐 풀어놓고 외부점검을 시작해볼까요?
오늘은 브릿지가 L1에만 붙어있네요. (...하긴 승객이 많은것도 아니고=_=; )
아침식사 후에 출발, 점심식사 전에 도착하는 항공편이라서 식사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간단한 간식거리 정도만 싣고가구요.
본 항공기가 퍼플라인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보라색 물결
미역이 보입니다.
엔진은 KAWA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항공기가 그러하듯 GE엔진이 장착되어있습니다.
CF6-80C2B 시리즈구요.
윙팁, 꼬리날개 등을 살펴봅니다.
...Position Light위치가 살짝 애매하네요=_=;
그 외에 Fuel Dump Nozzle이 잘 달려있는지(!), 객실중 창문열린곳은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지금 기내에 에어컨 틀어놔서 창문열면 살짝 난감하니까요=_= (
이제그만)
한바퀴 휙~ 둘러보고 조종실로 들어갑니다~.
요새 날씨가 서늘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입니다=_=;;;; (게다가 지열까지 있으니까요~)
한 100년만에 다시 보는 것 같은 767 조종실입니다.
예전에 암스테르담 갈때처럼 배터리 자체가 나갔다든지 하는 일은 없어보입니다~.
KAWA의 B777이나 B345는 디스패치룸에서 USB에다가 플랜 저장해온 뒤에 비행기에 와서 꽂기만 하면 바로 입력이 되지만
대부분의 비행기들은 직접 FMC에 입력해줘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현재 B777-200과 -300을 퇴역시키고 대신 A340-200과 300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어차피 kawa에서 777 전담 조종사가 없기도 하고...
에어버스 조종사들은 여럿 있으니 조종사 부족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라는건 비밀~ 입니다.)
이미 연비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지 오래죠=_=;
어찌됐건 MCP에 V2+10kts, 순항고도, RWY HDG등을 세팅해놓습니다.
...비행기 파킹 제대로 안했다는 이유로, 출발시간이 다되가도록 VDGS를 켜놨군요=_=;
(그러고보니 이 비행기, 행거에서 꺼내다가 가져다 놓은걸텐데 VDGS...를 왜 켰을까요=_=; )
오늘 비행할 경로입니다.
제주도 찍고 아래로 쭉 내려가면 오키나와입니다~.
(....구간이 짧으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만... 역시 기분탓이겠지요=_=?)
현재시간 9시 16분. 출발 4분 전입니다.
슬~슬~ 출발할 준비 해야겠네요.
후방견인 요청하구요.
승객 탑승완료가 확인되고, 출입문도 닫습니다.
브릿지 분리완료~.
Parking Brake Release~. Start Pushback~.
후방견인하는동안 엔진 시동을 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지고, 엔진 스타트~.
...한 10분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좋았는데, 갑자기 몰려드는 안개입니다.
이륙활주로는 RWY 33L. MALPA fix로 빠져나가는지라 34줘도 될텐데 그냥 33쓰라고 하네요.
그나저나 오늘따라 KAWA비행기가 한대도 안보이네요.
다 뒤쪽에 몰려있는걸려나요?
후방견인 완료~.
토잉카 분리하구요~.
...이륙 순번 6번째....이려나요=_=
지금 34번은 무지무지무지무지 널널하던데 말이죠~.
별수있나요..ㅜ.ㅜ 시키는대로 해야지요.
이륙하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아까도 6번째였던것 같은데, 지금도 6번째네요~.
아시아나 A320이 라인업 합니다.
짝퉁항공의 솔로부대 특별기(!)가 내려옵니다~.
요새 저 비행기 자주보이더라구요.
RWY 33R 비행대기선상에 엔플라이 A321이 홀드중입니다~.
한편 제 뒤로는 블루링크의 야심작(!) MD11 PAX와 B767-400이 붙었습니다.
저 멀리 kawa B777-300도 슬금슬금 굴러오네요.
그나저나 공항에 kawa... 진짜 안보이네요=_=;; (탑승동에 한대 서있는걸 제외하면.. 역시 새벽에 다 출발해버린걸까요=_=?)
메이저 항공사의 횡포입니다=_=;;
아니 그러니까 타워에 떡을 몇판을 돌려야 저런 특권(!)을 누릴 수 있냐고요=_=;;;;
대기한지 10분 경과...
그래도 예전 마의 9시때보다 많이 덜하긴 합니다=_=... 그땐 30분은 죽치고 있어야 했으니까요.
헛; 믿었던 블루링크마저....=_=...
게다가 대한항공 B744와 듀얼 테이크오프라는 이벤트도 벌여줍니다.
(...쟤네들은 어째서 카고램프에 서있을까요=_=; 여객터미널 자리 많던데 말이죠.)
어찌됐건 대한항공이 이륙하고 다음은 저희차례입니다=_=....
이륙하기까지 기다린 시간이 참 길었지요..ㅜ.ㅜ;
엔플라이... 메이저 확정입니다=_=;
누구는 15분만에 이륙하는데, 누구는 오자마자 이륙하구요..ㅜ.ㅜ;
올 추석때는 아예 타워 아래다가 떡 공장을 차려버릴겁니다=_=;
옆에서 이륙하는 A318 조심해~ 라는 관제사 아저씨의 주의를 들으며 가속하구요~.
Rotate~.
온통 뿌연하늘을 날아갑니다.
고도가 어느정도 높아지자, 오토파일럿으로 전환하구요.
어라=_=
헉!
우선회 하는 비행기를 34에서 이륙시키고, 좌선회하는 비행기를 33L에서 이륙시키는 멋진 타워입니다.
요새들어 kawa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부쩍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_=;
어찌됐건.. 무사히 한바퀴 돌아서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MALPA 1B 절차대로, 오산이 아닌 서산쪽으로 선회하구요.
군산인근에서 B576항로에 진입 제주도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오늘은 20000피트를 조금 넘겼는데 비행운이 나오네요.
...날씨가 서늘하긴 한가봅니다.
Y51항로 중 DADGA fix에 약간 못미치는 지점에서 순항고도인 FL380에 도달하였습니다.
kawa베이스도 지나가구요~.
해남 땅끝마을도 지나갑니다~.
남해바다를 건너 국내에서 가장 큰 섬인 제주도 상공을 지나가고, 이제 본격적으로 태평양 상공에 진입하게 됩니다~.
제주도 인근에는 뭉게구름이 많네요~.
일본쪽 영공으로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듯, 구름한점 없는 날씨가 반겨줍니다.
기류는 살짝 불안정한지 기체가 흔들리네요.
(...이래서 청천난기류가 더 무섭다니까요=_=; 기상레이더에도 안잡히고=_=; )
그래도 기체가 요동치는 정도도 아니고...
밋밋한 바다를 보며 계속 남쪽을 향해 내려갑니다.
절반 조~금 더왔네요.
우선회중에 만난 낮게 깔린 구름들~.
역시나 바다위를 비행할때는 아무것도 없는 것 보다 구름이 한두점 정도 있어주는게 보기 좋지요~.
대략 한시간 조금 넘게 날아왔는데 어느새 T/D지점이 ND에 표시됩니다.
MCP ALT Reset.
T/D지점에서 하강을 시작합니다.
한~~~참 내려와서 금일 나하공항 이착륙 활주로 정보를 청취하고, FMC에 나머지 구간을 입력합니다.
오늘 착륙할 활주로는 36번 활주로구요. ILS DME Approach가 가능한 활주로이기도 합니다~.
고도도 낮고, 낮게 깔린 구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와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점점 많아지는 느낌이네요.
....고고도면 차라리 회피라도 하지요=_=....
피할 공간도 없고, 그대로 뚫고 내려갑니다. (...저 구름 뇌우를 동반한 구름이라서 꽤 위험한데 말이죠=_=; )
한대 뿐인 비행기 벼락맞고 박살내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선행 항공기들 따라서 내려가고 있으니 뭐... 괜찮겠지요.
긴장하면서 뚫고 있습니다=_=;
한참 내려가다보니 저 앞에 푸른바다(!)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무사히 통과했나봅니다.
순항중에는 내 얌전하다가, 어프로치 코스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구름들~.
역시 kawa를 음해하려는 세력들이 알게모르게 많은 것 같습니다. (응?)
여객기가 장주비행 돈다는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일단 다운윈드 구간에서 베이스 구간으로 선회합니다.
(...생각해보니, 티어드롭이나 P턴 돌면 구름 안뚫어도 될텐데, 관제사 분들 은근히 악취미네요=_=)
베이스구간에서 착륙전 점검하고 파이널 턴 하면서 LOC ARM. (
그러니까 이거 여객기 맞습니다=_=)
슬슬 감속들어갑니다~.
최종 접근속도는 130kts.
구름은 이쁜데~ 기류는 메롱이지요=_=;
Runway Insight.
LOC Capture, APP Push~.
Gear Down~.
(
330에 익숙해진 나머지, 어째서 기어가 앞쪽으로 틸팅되지... 라고 생각한건 비밀)
하도 많이 당해서 이제 당황스럽지도 않습니다.
어느정도 내려가자 당연하다는 듯이 시정이 나빠지네요=_=;
그래도 완전히 나쁜건 아니고 적당히 활주로가 보일 정도네요.
계속 접근합니다.
Minimum~.
지금 선행 항공기 한대가 아직 활주로를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인데, GA안하고 바로 내려갈 수 있으려나요=_=
다행히 비행기를 빨리 빼준 덕에 바로 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Spoiler 전개되구요~.
Thrust Reverse.
감속합니다.
...뒤따라오는 비행기가 한대 더 있어서 저도 활주로를 빨리 비워줘야되구요=_=;;
좀 천천히좀 오지 그랬어요=_=;;;
후다닥 활주로를 비웠는데, 결국 뒤따라오는 항공기는 GA합니다.
(...인천발 오키나와행 아시아나더라구요=_=; )
어쨌거나 스포일러 내리고, 플랩 올리고, 랜딩 스트로브 라이트 끄구요~.
눈 딱~ 감고 저기에 주기하고 싶..습니다만... 국내선 터미널이라 그림의 떡입니다..ㅜ.ㅜ
어라? 앞서 내린 비행기 kawa소속 A333이었네요~.
김해나 무안에서 출발한 전세기일려나요~.
북쪽주기장을 보고 식겁해버렸습니다=_=
엔플라이는 기종이 틀리니까 그렇다 쳐도... 저 블루링크 B764... 아까 인천에서 난리쳤던 그 비행기는 아니겠지요=_=?
여하튼 42번 스팟으로 진입하구요.
지상요원의 유도에 맞춰 정지~.
Fuel Cutoff.
각종 Light들 컨트롤 해주구요.
승객 하기를 위해 스텝이 붙어있네요.
램프버스도 와서 대기중입니다.
(앞쪽은 저상버스~ 뒤쪽은 굴절저상버스가 서있더라구요...=_=; )
도착예정시간은 오전 11시 35분, 실제 도착시간은 5분 빠른 11시 30분입니다.
15분 지연출발한것 치곤 나름 정시에 도착했네요.
어느정도 하기가 이루어졌는지, 캐터링 작업이 시작되구요.
얼른 밖에 나가서 쉬고싶은데, 아직 승객이 다 내리지 않았는지 버스가 출발을 안하네요.
아니 그전에 저기 아저씨, 칵핏을 향해서 셔터질 하지 말라구요=_=; (거기다가 뭘 찍으려는지 망원렌즈까지 마운트해놨네요=_=; )
(
그래놓고 행여나 A.net에 사진 올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인천 도착해서 A.net 뒤지고 있었다는건 비밀입니다~.)
램프버스들도 다 떠나고, 저도 슬슬 조종실 밖으로 나가서 좀 쉬다가, 12시 40분 다시 인천으로 출발하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연료 재급유와 객실 클리닝등이 한창이네요~.
2시간 10분간의 비행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