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유이군? 왔나? 오늘 갑작스레 스케줄 변동 있어서 말이지.』
...사람 바로 앞에 세워두고 전화기 들고 말하지 말라구요=_=;
『
퇴근하는데 붙잡아둔건 좀 미안하지만, 잠깐 LA좀 다녀와야겠다.』
국내선도 아니고... 태평양 횡단인가요? 썩 내키는 조건은 아닌데 말이죠.
『
물론 거절할거라고 생각은 했지.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
...라며, 손에 들고있는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
『
생각이 바꼈나?』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
잘 생각했어~. 비행기는 게이트에 잘 세워뒀으니 다녀와.』
...손에 들려있는 물건은 바로 14박 15일 휴가증이었습니다!
놀러갈 생각에 사로잡혀 예정에 없던 LA에 가게되었습니다.
『
아, 기장님.』
휴게실로 들어가서 커피한잔 뽑아먹으려는 찰나 누가 부르네요.
『
...오늘 LA가는 119A편 비행을 맡은 부조종사입니다.』
어라...=_=;;
kawa에 여성 조종사가 있었던가요=_=;
(라기보다 저는 거의 대부분 혼자서만 비행했던것 같은데 말이죠~)
『
저, 그러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했군요=_=;
긴장도 풀겸 커피라도 한잔 할래요~? 자판기 커피지만~.
시간 맞춰서 게이트로 향합니다.
저는 당연히 바로 앞에 있는 747일거라 생각했습니다만...
LA까지 갈 항공기는 110번 게이트에 서있는 항공기라고 하네요.
...어라?
...정기편인데 어째서 MD11이 서있는걸까요?
MD11로 장거리 뛰어본적도 없는데 말이죠=_=;;;
어쨌거나 항공기 안으로 들어갑니다.
...승객 제공용 기내식 맘대로 먹으면 안되요!!
그보다 어째 복장이 다들 자유복인가요=_=;
왠지 못볼걸 보고 나온 기분이 드네요=_=;
어쨌거나, 외부점검하러 나옵니다.
엔진도 둘러보구요~.
(위에서 누군가가 계속 쳐다보는 기분이 듭니다=_=; ... 기분탓이겠지요?)
꼬리날개도 쑥~ 훑어보구요.
왠지 들어가면 기장님도 기내식 드세요~... 라며 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_=;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져버린 덕분에 외부점검하고 편의점까지 들렀다 옵니다=_=;
다녀왔습니~...어라=_=...
조종실에 아무도 없네요.
어느새 FMC에 항로입력등등이 다 되어있습니다.
...하긴 편의점 들렀다 온다고 조금 늦게 들어왔으니까요.
입력해놓은 내용을 다시한번 체크해보구요.
오토파일럿 패널도 양호합니다.
가변플랩 역시 FMC에 입력해놓은 각도인 15도에 설정되어있습니다.
...트림까지 설정완료.
(서비스 좋은 부기장이로군요=_=;)
덕분에 편의점에서 사온 음료수를 마시면서 객시리 정리될때까지 기다립니다~.
...기내식 먹다 사무장에게 들켜서 한바탕 난리가 난 것 같으니까요=_=;
어쨌거나 비행 브리핑입니다~.
우리 비행기는 인천발 LA행 KA119A편이고, 출발시간은 오후 7시 10분, 도착시간은 오후 12시 45분으로 계획되어있습니다.
예상비행시간은 10시간 35분. 최초 순항고도는 FL300, 스텝크라임은 한번 이루어지며 최종 순항고도는 FL340입니다.
아울러 태평양 횡단루트를 이용해서 LA까지 가게 되는데, PACOTS 3번 트랙을 이용하게 됩니다.
인천을 출발, G597항로를 타고 LANAT fix까지 이동한 후, LANAT fix에서 Y51항로를 이용 CVC vor까지 이동
이곳에서 OTR11
OTL (Ocean Transition Route)항로를 타고 RIPKI fix까지 간 후, 트랙에 진입합니다.
PACOTS Track은 다음과 같구요.
RIPKI 43N160E 47N170E 49N180E 50N170W 50N160W 49N150W 46N140W 42N130W VESPA
트랙 종점인 VESPA fix에서는 NOTAM에서 지시하는대로,
ACFT LDG KLAX--VESPA ENI AVE FIM KLAX ... 이렇게 가게 됩니다.
샌프란시스코 상공을 통과하는 루트네요.
...모 객실승무원이 기내식을 먹어버린 덕에 부족한 양만큼 다시 캐터링 받습니다...=_=;
그래도 뭐 지연없이 정시 출발할 수 있으니까요.
지상조업이 끝나고 후방견인 준비중입니다.
게이트 분리~.
후방견인을 시작합니다.
후방견인 하는 도중 엔진 시동하구요~.
엔진시동 완료 후, 플랩 세팅.
오토브레이크 RTO.
엔진 시동 완료를 확인하고 APU Bleed off.
Check Normal.
후방견인도 끝나고, 이륙활주로인 RWY 15R을 향해 지상활주를 시작합니다.
『
유이씨~ 휴가가 좋긴 좋지~?』
...아놔=_=;
어째서 이제 막 인천에 도착한 비행기 승무원이 저 사실을 알고있는걸까요?
어쨌거나 활주로를 향해 계속 이동합니다.
대기 없이 바로 라인업 합니다.
RWY 15L로 KWA B772가 착륙하네요.
터치다운할때까지 잠시 Hold합니다.
터치다운 확인하고 바로 이륙~.
Gear up.
인천공항을 뒤로한 채, 상승합니다.
어느정도 상승 후, 안양VOR을 향해 좌선회하구요.
구름도 뚫고 지나갑니다.
구름을 뚫고 나왔구요~.
구름이 낮게 깔려있게 전부인가보네요. 상층부는 구름한점없이 맑습니다.
불타는 저녁하늘을 뒤로한 채, 동쪽으로 향합니다.
아마 태평양 한가운데서나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겠네요~.
주변이 빠르게 어두워집니다.
저 아래 원주공항 공항등대가 보이네요.
그리고 강릉 상공을 지나갑니다.
동해바다에 진입하게 되구요.
순항고도 진입~.
꽤 어두워졌습니다.
...어두워졌다기 보다.. 밤이죠=_=;
날이 따뜻해서인지 비행운은 나오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날아가자 아래로 불빛들이 보이는걸로 보아 일본 본토 상공인가보네요~.
일본을 횡단, 슬슬 태평양으로 빠져나갈 준비를 합니다.
CVC vor을 지나면 바로 바다죠.
...한밤중이라서인지 아래가 땅인지 바다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지시간 21시 29분 (1229z) PACOTs 진입합니다.
웨이포인트 하나당 약 1시간씩 소요됩니다.
트랙 진입하고, 연료라든지 각종 기체 이상유무를 점검하구요.
교신도 뜸하고, 뒷자리 가서 출발전에 사온 간식거리를 하나씩 먹습니다.
달빛에 반사된 동체~
오늘은 달이 꽤 밝네요~.
웨이포인트 49E80 지점을 270nm 남겨둔 지점에서 FL340으로 스텝크라임합니다.
스텝크라임 완료 후, FMC를 보니 추가적으로 스텝크라임은 없고, FL340이 이번 비행의 마지막 순항고도가 될듯 합니다.
알류산 열도 남쪽 부근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날짜 변경선도 지나가구요.
현지시간 3시 7분, 국제표준시 15시 7분.
현지날짜는 7월 21일입니다.
계속 순항중입니다.
...바다보고 가는것도 지겹고... 밤하늘 보고가는것도 지겹고=_=...
이 구간은 아무리 뛰어도 적응안되는 구간인것 같습니다.
(
차라리 뉴욕을 가고말지요=_=; )
48E80 (N48 E(W)180) 지점을 지나갑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서양입니다~.
멍~ 하니 계기만 바라보고가다 창밖을 보니 슬슬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햇살이 대지를 비춥니다~
밤중에 아래 구름이 많은건가 했었는데, 막상 해가 뜨고나서 보니 구름이 더 많은것 같습니다~.
오후 비행은 웨스트바운드, 오전비행은 이스트바운드...
괴롭죠=_=;
눈부십니다=_=;
낮으막 하게 깔린 구름대가 인상적입니다~.
왠지 저 아래쪽 날씨가 썩 좋지 못한듯 하네요.
이제 한 절반정도 건너왔나봅니다.
PACOTS구간의 FIX도 5개 남았구요.
..5개라고 해도 거리는 1400nm정도 됩니다=_=;
사방이 구름 천지로군요~.
원래 예정대로라면 12시 45분에 도착해야되지만, FMC에 표시되는 IAF지점 도달 예정시간이 2118z 네요.
현지시간으로 따지면 13시 18분....
LA에는 한.. 한시간정도 지연될듯 하네요.
...섬 하나도 없이 온통 바다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구름이 있어서 덜 심심...(?) 하지만요.
한 4/5정도 왔으려나요~.
가는 도중 만난 가장 큰 구름들입니다~.
다행히 시베리아 루트처럼 무식하게 크게 발달한 구름은 아니네요~.
틈틈히 연료 잔량확인도 해주구요.
ND에 표시되는 저 트래픽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물론 거리가 있어서인지 육안식별은 불가능했습니다.
점점 육지와 가까워짐에 따라 구름들도 많아집니다.
PACOTS구간을 빠져나옵니다~. (2003z)
바로 ENI vor로 향하구요.
저 멀리 육지가 보이네요~.
ENI vor에서 AVE vor을 향해 우선회합니다.
이제 미 서부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한 30분 후에 하강을 시작할듯 하구요.
곧 샌프란시스코 상공에 진입합니다.
구름에 가린 금문교.
그나마 일부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아예 구름이 덮고있어서 구경도 못했지만요.
하강지점을 지나 하강을 시작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여태 잘 작동하던 VNAV가 바보가 되버렸습니다.
ALT PROF버튼을 눌러봐도 반응이 없고, 속도 역시 FMC속도대로 반응하지 않네요. 출력도 순항출력이구요.
속도와 고도를 직접 컨트롤합니다.
왜그런가 했더니만 퍼포먼스 페이지의 Cruise 항목에서 Descent항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더군요. 계속 순항모드...ㅜ.ㅜ
뭔가가 제대로 꼬인 덕분에 도착 예정시간도 나오지 않습니다.
INIT Page에서 순항고도를 다시 넣으면 뜨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작동을 보장할 수 없는지라 그냥 이대로 갑니다.
하강이 거의 끝나갈 무렵 눈 앞에 광활한(!) LA 시가지가 펼쳐집니다.
(...이렇게보니 뉴욕보다 더 큰 것같아요=_=; )
LA 뒷산(?)도 보이구요.
일단 LNAV는 정상 작동하니, FMC에 나머지 구간을 입력합니다.
착륙활주로는 RWY 25L이구요.
꽤 내려왔나봅니다~.
아래 동네가 훤히 내려다보이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시정이 참 좋았습니다....
문제는 파이널 구간때 부터였지요.
파이널 구간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큰 구름=_=...
결정적인건 오토랜딩도 바보되서 수동으로 내려가야된다는 점이지요.
...다행히 ILS전파는 잘 수신하네요.
휴가 한번 가기 되게 힘드네요=_=;
저 왼쪽에 있는 VASIS있는곳으로 갔다가는 살짝 난감해질 수 있습니다=_=;;;
LA공항 동쪽에 조그마한 공항 하나가 있는데 그 공항 불빛이거든요=_=;
아직 LA공항 활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Gear Down.
Runway Insight.
착륙 결정하구요~.
최종접근속도 165노트 (...어째 꽤 빠른듯한 기분입니다=_=; )를 유지하며 하강합니다.
Flare~.
노즈기어까지 접지한 후 Thrust Reverse~.
(
...중앙선 위반은 벌금도 세고~ 벌점도 세요~)
감속 후, 뒤따라오는 비행기를 위해 후다닥 활주로를 비워주려 했지만, ...이미 GA중이네요=_=;
활주로를 빠져나와서, 스포일러, 플랩 원위치 해주구요.
APU Start, Strobe/Landing light off.
착륙 후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며 브래들리 터미널로 이동합니다~.
...활주로랑 가까워서 좋기는 한데 이 터미널은 주기장 자체가 좁지요...
게다가 건물 사이에 코 들이박는 기분도 썩 좋지도 않구요=_=;
어쨌거나 슬금슬금 램프인 합니다.
103번 게이트에 접근하구요~.
STOP~.
APU on 확인하구요~.
Taxi/Beacon light off.
Fuel Cutoff합니다.
승객들 하기가 시작되구요~.
...다 내릴때까지 조종실 정리하면서 기다립니다~.
도착시간은, 예정보다 71분 늦은 오후 1시 56분입니다.
총 비행시간은 11시간 46분이구요.
승객들 하기가 끝나고, 저희도 슬슬 항공기를 빠져나갑니다.
이 비행기는 초저녁에 인천으로 향하는지라 잠시 비행기를 스팟으로 이동시켜놓구요.
저희들은 예약해놓은 숙소로 이동합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방 따로잡았습니다=_=; )
이제부터 휴가다~... 라고 좋아했지만....
생각해보니 휴가증...을 못받았네요. 아아 그거 받으려면 다시 인천까지 가야되는건가요..ㅜ.ㅜ;;;
(결국 왕복비행을 해야 휴가증이 나오는거였나봅니다)
여하튼 11시간 46분간의 긴 비행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역시 장거리는 747=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