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아, 그러니까 저거 속도위반 맞죠?』
간만에 나나카씨와의 비행.
그리 멀지않은 곳이기는 하지만, 마침 삿포로행 전세기 스케줄이 잡히기도 하고,
삿포로에서 1박하고 다음날 가는 스케줄이라 비행이 끝난 후, 오랜만에 나나카씨와 데이트를 합니다~.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근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저녁식사도 하구요.
내일
운전 조종 하기 전, 음주 체크도 하기 때문에,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왠일인지 나나카씨는 삿포로에 오면 삿포로 맥주를 마셔봐야 한다면서 열심히 마시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고있자니 참을수가 없네요... 딱~ 한잔만 마셔볼까요=_=?
『
우웅... 그러니까 소도이반도 요렁껏 해아된다이까요』
...헉... 나나카씨 취한건가요?
결국 술취한 나나카씨를 업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방에 눕혀놓고, 숨도 돌릴겸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들이킵니다. 아아... 못마신 맥주가 아른거리네요.
『
조종사 아저씨~♡』
푸웁...=_=;;;
마시던 물이 코로 나와버렸습니다.
...옷은 또 언제 갈아입은건가요? 나나카씨.
게다가 손에 든 저 술병(...대용으로 다른거=_=; )은 또 어느새...;;
『
에헤헤, 오늘 밤에 실컷 괴롭혀줄거에요~♡』
...바둥바둥 거리는 나나카씨를 잡고 간신히 파자마로 갈아입혀놓습니다.
왠지 오늘따라 바짝 들이붙는 나나카씨가 무섭습니다=_=;
『
설마 벌써 자려구요? 밤은 지금부터라구요. 자지말고 같이 놀아요~♡』
* * *
따르릉...따르릉...
아침부터 요란하게 울려대는 전화벨소리.
밤새도록 나나카씨에게 시달리는 통에 잠이 든건 새벽이 다 되서였지요.
...눈을 떠보니 왠지 시계속 바늘 위치가 거짓말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위치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지각 확정, 스케줄 펑크...=_=...
공주님 30회 영접 쿠폰...=_=....
씻을 시간도 없이 후다닥 옷입으며 전화를 받습니다.
『
얏호~! 기장님 늦게나오면 버리고 갈거에요~.』
...너무합니다..ㅜ.ㅜ
정말 지각하겠는걸요.
브리핑까지 30분정도 남은 시간.
미나미 치토세역에서 내린 후, 공항까지 들어가는 전철을 기다립니다만, 왠지 저걸타면 지각 확정일 분위기입니다...
부랴부랴 역사 밖을 뛰어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저나 나나카씨나 숨이 턱까지 차오른데다가 얼굴까지 빨개져서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아야 했달까요=_=...
『
어제 밤에 너무 무리했었나봐요...』
...라는 적절치 못한 장소에서 적절치 못한 나나카씨의 발언 덕분에...
...살아서 집에 못갈뻔.. 했습니다.
여하튼 지옥같은 브리핑 시간도 지나고=_=....
조종실에 가방 던져놓고 도망치듯 외부점검하러 나옵니다.
저희 비행기는 3번 게이트에 주기되어있습니다.
북쪽지방인지라 아직은 쌀쌀한 날씨.
찬바람을 쐬니 이제 좀 진정이 되는듯 합니다.
최~대한 느긋~하게 외부점검을 시작합니다~.
...가급적 조종실이나 창문에서 안보이게끔 동체에 붙어다니면서요.
구름낀 날씨.
꼬리날개도 점검하구요.
저 멀리 기차도 지나갑니다.
2번 게이트에는 AIR DO B767이 서있네요.
보이지는 않지만 1번 게이트에는 전세편 KA9522편이 서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정기편 끌고온 운항팀이 정기편 끌고가도 될텐데, 전세편을 끌고가네요.
한바퀴 빙~ 돌고 1번엔진도 둘러보구요.
바람에 커다란 팬이 빙글빙글 돌고있습니다.
왠지 살기어린 분위기의 조종실=_=...
와보니 부기장이 FMC입력을 모두 끝내놨더라구요.
FMC 체크하구요.
계기들도 다시한번 체크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길입니다.
스케줄상 3시간 15분 거리로, STARs 구간을 제외한 873nm을 비행하게 되구요.
출발시간은 오후 2시, 도착시간은 오후 5시 15분입니다.
KA522편. 출발을 위해 후방견인을 시작합니다.
후방견인 후, 엔진 시동.
2번 게이트에 있던 AIR DO도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네요.
동체 아래 아사히카와~ 라고 큼직하게 적어져있습니다.
오후 2시의 신 치토세공항은, 인천공항 마의 10시를 보는 듯 했습니다~.
뭐.. 요즘은 항공사별 시간대 분산으로 인해 그렇게 몰리지는 않지만요.
저 앞에 전세편 KA9522편도 서있습니다.
KA9522 Lineup.
...그러니까 컴퍼니 주파수로 명복을 빕니다. 이런말은 하지 말라니까요=_=;
Hold Line에 맞춰 Hold Short.
저 뒤로 또 기차가 지나갑니다~. 키하 283계...였던가요=_=?
이륙순번 마지막이었던지라, JAL B767까지 보낸 후, 라인업합니다.
Rotate~.
Gear up~.
저 푸른하늘 속으로~.
HWE5(?) SID 절차에 의거하여 하코다테 VOR로 곧장 비행합니다.
그러고보니 엊그제까지만 해도 분명 신치토세공항 주변에 눈이 쌓여있었던 것 같았는데 말이죠=_=;
순항고도는 FL400.
현재 고도는 3950ft.
한참 올라가야되네요~.
Throttle Lever CLB.
이륙한지 얼마 안되 삿포로 남쪽 바다 상공으로 빠져나옵니다.
서쪽으로는 홋카이도, 동쪽으로는 드넓은 북태평양이 보이구요~.
홋카이도 남쪽에 위치한 하코다테 인근도 지나갑니다.
이제 곧 스가루 해협을 지나 동쪽으로 혼슈일대가, 서쪽으로는 동해가 보이겠지요~.
항공기 왼쪽편으로 보이는 아오모리 일대~.
전부터 봐왔지만, 해안가쪽으로 해서 구름들이 많이 끼어있는 모습입니다~.
ALT CRZ
점점 해안선과 멀어지고, 어느새 혼슈가 눈에서 보이지 않게 됨과 동시에
항공기는 푸르른 바다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사도를 지나 카나자와 북쪽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커브(?)에서 선회하면 본격적으로 한국을 향해 기수를 돌리는게 되겠네요.
조종실의 분위기와 달리 무척 평안한 하늘~.
해수면도 잔잔해보입니다~.
도착예정시간 0715z.
...한국시간으로 오후 16시 15분이면 한시간정도 조착일려나요?
기름도 여유있습니다~.
저 앞 IGRAS fix를 경계로 대한민국 영공에 진입하게 됩니다.
돌고~
울릉도 상공을 통과합니다.
울릉도 일대가 파릇파릇한걸 보니, 울릉도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나봅니다.
긴(?) 순항도 이제 마무리 지을때가 왔습니다. IGLUT fix를 조금 더 지난 후 T/D지점이 잡혀있네요.
이제 내려갈 준비 해야지요?
강원 VOR 36nm 전방 지점에서 하강을 시작합니다.
저 아래로 보이는 강릉공항, 그리고 강릉 시가지 일대입니다.
강원 VOR상공에서 선회~.
항공기 아래로 민족의 기상(!) 험준한 태백산맥이 보입니다.
험한 산세를 보니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인가봅니다.
저 뒤로 원주 시가지와 원주공항이 보이구요.
고도가 많이 낮아졌음을 증명하듯, 바로 아래 있는 산이 꽤 가깝게 보입니다.
인천공항이 가까워짐에 따라 마지막 구간도 FMC에 입력합니다.
현재 인천공항은 RWY 33, 34를 사용중이고, 우리 항공기는 RWY 34로 유도되고 있습니다.
STARs 절차에 따라 이동하구요.
오산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방식으로 공항에 접근합니다.
저 멀리 한강과 서울 시가지가 보입니다.
아래로 내려가다보니 갑자기 안개가 항공기를 반겨주네요.
요 근래 이곳을 지나면서 날씨가 좋았던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산공항 상공에서 IDIAN fix로 우선회, 고도는 9000ft로 추가하강합니다.
안개낀 서해바다 상공으로 빠져나오구요.
LOC, G/S Capture.
측풍 11노트밖에(?) 안되는데 비행기가 기우뚱 거려서 오토파일럿 풀고 수동으로 접근합니다.
Gear Down, Flaps Full, Spoiler ARM, Auto Brake MED.
...이때 갑자기 부기장이 넥타이를 잡아당깁니다=_=;;;
착륙할때 질식하는게 대세..라나요. (대세라기보다 이거 왠지 사심이 있는것 같은 기분인데요;; )
...왠지 살짝 높게보이는건 기분탓일지두요~.
부기장이 넥타이를 너무 잡아당기는 통에 저 하늘의 칸나님에게로 면담하러 갈 뻔 했습니다.
저 아래 enFly A319가 Hold중입니다.
Touch Down, Thrust Reverse.
비행기가 무거운편도 아닌데, 브레이크가 밀리는 감이 있네요.
...비행 끝나고 브레이크쪽 한번 손봐야되려나요?
후행 항공기를 위해서 활주로를 비워주구요~.
저희 항공기가 빠져나가자 enFly A319가 라인업하네요~.
이동할 게이트는 125번 게이트. 역시나 탑승동A..를 주네요.
플랩접고, 스포일러 내리고, APU켜주고, 랜딩/스트로브라이트 꺼주고~ 등등을 하는 동안
라인업하던 enFly A319가 이륙합니다~.
탑승동A = KAWA계열사 전용 터미널
게이트에 조심조심 접근하구요~.
...안그래도 탑승동A 남쪽은 유도로가 좁아서 조금만 삐끗해도 옆자리 비행기 꼬리를 긁거나 날개를 긁을 수 있으니까요=_=.
주기 완료~.
Engine Cutoff.
....여러가지로 위험한 비행이 끝났습니다.
실제 도착시간은, 오후 4시 32분으로 스케줄상 도착 예정시간보다 약 43분정도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그나저나,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서 직원들이 몰려와서 어제 밤에 나나카씨와 무슨일이 있었냐며...
마치 국내로 강제 이송된 고위층 인사(!)라도 온 것 마냥 주변을 에워싸고 질문세례를 합니다. (게..게다가 사내지 기자들까지...;; )
저 뒤로 고양이 입을 하고 동료 승무원들과 함께 유유히 입국장으로 향하는 나나카씨.
...설마 나나카씨가 여기저기 다 소문내고 다닌걸까요? (그것도 오해하기 딱 좋은 부분까지만 이야기하고...=_=; )
어제 나나카씨랑 밤새 『모두의 플스2』 한것밖에 없다구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