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운항편의 복편인 KA414편의 도착은 다음날 오전 6시 55분.
공연시간인 7시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습니다.
『자아 여기 입장권이에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참 기장님 커피 여기있어요. 이쯤되면 오실거라 생각해서
미리 타놓았는데 식지 않았나 모르겠어요.』
마치 먹기 좋을정도로 미지근하게 식어있습니다.
한모금 마시자 달콤하면서도 약간은 쓴 맛이 입안에 감돕니다.
『그럼 저는 내일 조조 비행 때문에 먼저 퇴근할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렇게 나나카씨는 커피향만을 남겨놓은 채,
스케줄룸 밖으로 나가고, 저도 다시한번 스케줄과 기상등을 체크한 후,
항공기로 향합니다.
『네? 뭐라구요? 현재 기상악화로 괌을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이 결항이라구요?
그럼 언제쯤 출발할 수 있지요?』
사실 괌에 도착할 시점부터 괌의 날씨는 점점 나빠져,
시정과 바람 모든게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복편인 KA414편의 정시 출발이 불투명해진 상태.
어떻게든 점심 전에만 출발하면 되지만...
기상대에서는 오후 5시는 되어야 이륙이 가능할거라 합니다.
오후 5시면 너무 늦는단 말이에요...
『기장님 커피한잔 드세요.』
언제 떠날지 모르는, 비행기 날개 아래서, 남의 속타는 마음도 모른 채
비만 퍼부어대는 하늘을 쳐다보는 저에게, 부기장이 시원한 냉커피 한잔을 가져왔습니다.
적도 근방이라서 후덥지근한 날씨.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이럴 때는 부기장이 가져다준 냉커피를 마시는게 최고지요.
『나나카 밴드 공연 보러가시는거지요?』
이미 알고있었던걸까요?
『이미 기장님과 나나카씨에 대한 이야기는 사내에 모르는사람이 없을정도지요.
기상대에서는 오후 5시부터 출항가능하다고 하니,
도착하면 8시 30분정도 될겁니다.
뭐 저도 기장님과 나나카씨가 커플이 된다에 걸었으니,
비행 종료 폼사인은 저에게 맡겨두시고, 도착 하자마자 나나카씨 곁으로 날아가주세요~.』
....내기까지... 걸었나요...?
현재시간 오후 4시
거세게 내리던 빗방울도 조금씩 가늘어지고, 안개도 조금씩 걷혀가는 중입니다.
기상대의 말처럼 5시가 되면 이륙할 수 있을 듯 하군요.
일단 부기장은 조종실로 돌아가 실내점검을 하고, 저는 외부에서
외부점검을 시작합니다.
쉘터에서는, 어제 밤에 컨테이너에 넣어놓은 물건을 목표 항공기별로
적재하기 위해 재분배 작업 중입니다.
괌에서 인천까지는 벡터를 이용해 공항을 출발
BUYER fix까지 이동 후, G339항로를 타고 가고시마까지 이동,
가고시마에서 A582항로로 갈아탄 후, 오산까지 이동합니다.
그 이후는 인천공항 활주로 사정에 따라 STARs를 결정하구요.
금일 괌 공항의 출발활주로는 RWY6,
그중에서도 우리가 사용할 활주로는 RWY6L입니다.
순항고도는 FL360.
G339항로를 타고가다가 MENDE fix에서 FL400으로 스텝크라임이 예정되어있습니다.
MCP에 속도, 방위, 그리고 순항고도를 설정합니다.
탱크별 연료량 체크를 하구요.
현재 크로스되어있는 상태인데.. 다시 크로스 해제 해줘야겠지요?
FMC의 Progress Page에는 인천공항 도착 예정시간이 나와있습니다.
약 3시간 40분정도 소요될 것 같네요.
하루종일 항공기가 못들어온 탓에, 청사는 한산하기만 합니다.
다만 새벽이나 어제 밤에 들어와서 못나간 항공기들만이
괌 국제공항의 계류장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죠.
『KAWA 414편 예정대로 오후 5시에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해주십시오.』
더 이상 지연이 없이, 예정대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승객들은 이미 사측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하루를 더 보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피곤한 모습을 감출 수는 없나봅니다.
승객 탑승 및, 화물 적재작업도 끝내고, 본격적인 출발준비에 들어갑니다.
KAWA 414 Ready for Push back
토우카에 의해 항공기는 자력활주 스팟까지 후방견인되고,
저희는 후방견인이 종료됨과 동시에 엔진 시동을 할 수 있게 준비합니다.
토우카가 항공기 노즈기어와 완전히 분리되고 지상에서는 엔진 시동을 시작해도
좋다고 합니다.
3,4번 엔진부터 엔진 스타트합니다.
모든 엔진 시동을 마치고, 플랩은 이륙플랩인 10도로 전개, 오토브레이크 RTO
KAWA 414 Ready to Taxi at RWY6L
그라운드의 지시대로 RWY6L까지 지상활주합니다.
뒤로는 콘티넨탈 에어의 꼬리가 보이네요.
전보다 비가 좀 개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괌에 접근하는 항공기도 없고,
바로 Lineup들어갑니다.
Rotate...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활주로와 반대방향으로 좌선회하며, G339항로의 BUYER fix를 향합니다.
어느정도 상승하자, 비구름을 뚫고 지나왔는지 비가 개었습니다.
와이퍼도 off시켜주구요.
구름 사이로, 괌 연안 바다가 보입니다.
그리고 니미츠힐 일대도 눈에 들어오구요.
괌이 시야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도, 구름층을 뚫고나오지 못했습니다.
꽤나 두꺼운 구름인가봅니다.
그리고 약 20000ft정도 올라왔을 때, 비로소 푸른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괌 주변으로 온통 먹구름들이 둘러싸고 있네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괌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구름들이 하나씩 걷혀갑니다.
그렇게 항공기는 첫 번째 순항고도인 FL360을 향해 상승합니다.
출발구간이 워낙 길었던 탓일까요?
항로의 첫 FIX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순항고도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BUYER fix에서 G339항로로 진입...
시간은 5시 15분 남짓...
한국시간은 본 시간보다 1시간이 늦기 때문에 4시 30분이겠지요.
아무리 빨리간다 해도...
나나카씨와의 약속시간까지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전화라도 한통 하려 했지만, 나나카씨 역시 비행에 투입되어있는지라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은 점점 흘러
어느새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조종실에도 어느덧 긴 그림자가 늘어져있구요.
윈드실드 너머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져있습니다.
그 와중에 시드니에서 도쿄로 가는 항공기 한 대가,
ND에 포착되었습니다. 기종은 B777, JAL이라고 하네요.
속도는.. 아무래도 우리 항공기가 더 빠르기 때문에... 곧 추월할 수도 있겠습니다.
붉게 물든 하늘을 보는 것도 잠시.
이제 동쪽하늘부터 서서히 어둠이 깔려오기 시작합니다.
밤이 되가는거지요.
별들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구요.
그렇게 한참을 달려, 항공기는 나하 컨트롤 에어리어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절반정도 왔네요.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GMT+9시간대로 넘어왔고,
현지 시간은 우리나라 시간과 같은 오후 6시 30분입니다.
스텝크라임은 예정보다 많이 늦어져, SABGU fix에서 시작합니다.
MCP의 고도를 40000ft로 설정하고, 노브를 가볍게 눌러줍니다.
이제 항공기는 두 번째 순항고도이자, 최종 순항고도인 FL400을 향해 상승하구요.
그렇게 새로운 순항고도에 도달한 후, 순항을 계속합니다.
부기장의 배려로 잠시 객실로 나와 휴식을 취합니다.
승무원이 가져다주는 음료수도 한잔 마시구요.
객실에서는 영화상영이 한창이네요.
10분정도 휴식을 취한 후, 부기장과 교대합니다.
도착예정시간은 오후 8시 23분.
현재 위치에서 약 1시간 25분을 더 달려야하네요.
이제 곧, 일본 규슈지방 상공으로 진입하겠습니다.
다네가시마(種子島) 상공에서 가고시마(鹿兒島) 방향으로 약간 우선회 구간이 있네요.
나하 관제공역에서, 도쿄 관제공역으로 관제권 이양...
그리고 다네가시마 상공에서 가고시마로 우선회합니다.
아래로는 가고시마 일대가 눈에 들어오구요.
규슈지방의 서쪽에 위치한 만(Harbor)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가(佐賀) 상공도 지나갑니다.
4번엔진 뒤로 공항임을 의미하는 사가공항의 공항등대도 희미하게 보입니다.
규슈지방도 완전히 벗어났고,
항공기는 이키시마(壹岐島)를 향합니다.
이제 대한민국 영공에 진입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그렇게 일본을 뒤로 한 채, 부산을 향해 비행합니다.
대한해협을 건너 인천 관제공역에 들어왔습니다.
Incheon Center KAWA414 with you
그리고 금방 부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제 국내선 운항이 거의 끝날 시간이라서인지, 항공기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대구 상공에서 청주방면으로 기수를 돌립니다.
PATLA fix근방에 T/D가 잡혀있네요.
PATLA fix를 지나고, 하강을 시작합니다.
오산vor에 13000ft로 하강합니다.
FL250정도로 고도하강을 하자, 비행운도 더 이상 나오지 않구요.
순항고도가 워낙 높았던 터라, 하강하는데도 한참 걸립니다.
현재 인천공항은 RWY33L/R을 사용한다 합니다.
RWY33R에 착륙을 배정받고, 이제 OSN vor에서 나머지 구간을 입력합니다.
접근절차는 BULLS 1A Arrivals절차를 이용합니다.
항공기는 본 경로를 거쳐 인천공항 RWY33R에 접근할 계획이구요.
오산vor에서 IAF인 KELLY fix로 향합니다.
KELLY fix의 목표고도는 7000ft.
활주로가 가까워짐에 따라, 속도를 감속..
속도에 맞춰 플랩도 한단계씩 전개해줍니다.
10000ft를 지나갈 때 on시킨 랜딩라이트가 동체 외벽에 반사됩니다.
FAF인 LOTUS fix에서 LOC Capture.
LAND3 Mode...
Flaps Full, Gear Down, Autobrake2, Spoiler ARM
Minimum...
Landing...
RWY33R ALS상공을 지나쳐갑니다.
Flare, Rollout
Touch Down.
스포일러 전개되구요.
엔진 카울이 열리며 역추진을 시작합니다.
풋 브레이크를 사용해 감속...
RWY C4를 통해 활주로를 이탈합니다.
다음 착륙하는 항공기를 위해 활주로를 비워주구요.
플랩과 스포일러를 원 위치 해줍니다.
TWY A를 통해 게이트로 향하는 도중 enFly A340항공기가 이륙합니다.
뒤이어 부산으로 향하는 KA1322편도 이륙하구요.
TWY A7로 진입한 후, 밴쿠버로 향하는 KA171편 B777항공기와,
케이프타운으로 향하는 KA243편 A340항공기의 유도로 분리로 잠시 대기합니다.
우리가 주기할 게이트는 32번 게이트입니다.
대한항공 B747과 에미레이트 항공 A340항공기 사이로 들어가는거지요.
Visual Docking Guidance System의 유도대로 게이트에 진입합니다.
전원 소스는 엔진에서 APU로 전환하고, TAXI light를 off해줍니다.
OK사인이 떨어지고, 항공기 정지.
Parking Brake를 걸어줍니다.
Engine Cutoff.
Parking Checklist를 수행하구요.
그렇게 오늘 비행도 끝났습니다.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겠네요.
참.. 지금 몇시...?
엇.. 8시 55분입니다.
약속시간보다 2시간 늦어 버린 상황.
나나카씨 .. 많이 기다리지 않을까요?
너무 늦어 버려 걱정이 앞섭니다.
부기장과 함께 서둘러 조종실을 빠져나오구요.
다행히 지상에서 정비사가 비행 폼을 들고올라와서 서둘러 비행종료 폼 사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OC로 가서 비행 마무리 짓고 바로 퇴근할테니
기장님은 어서 약속장소로 가보세요.』
부기장 덕분에 살았습니다.
부기장은 크류버스를 타고 OC로 이동, 저는, 바로 게이트를 통해 출국장으로 빠져나갑니다.
출국장을 빠져나가 버스를 기다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급할 때는 버스가 굉장히 늦게 오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한국에 도착하고 나니 점점 더 초조해지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약속장소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나나카씨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공연중인지
통화가 되질 않네요.
얼마간을 달렸을까요?
그렇게 정신없이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서둘러 뛰어야겠지요...
『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メゾピアノでI Love You를 마지막으로
오늘 저희 밴드의 공연을 마칠까합니다.
사실 이 곡은 저에게 있어 소중한 어떤분께 바치는 곡인데,
그분은 바쁜 일로인해 오늘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하실 듯 해요.
하지만 비록 이 노래를 직접 들려드리지는 못하지만
이런 제 마음이 그분에게 닿았으면...』
『
나나카씨!』
...다행입니다.
완전히 늦지는 않았네요.
『
이 노래를 저기 계시는 eNoz기장님께 바칩니다!』
눈부신 조명 탓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나나카씨 눈에 뭔가 반짝이는 것이 맺혀있는 듯한 느낌.
...저만의 착각이었을까요?
「
그대를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사랑의 아픔도 알게되버려
조금씩 작아지는 손으로 느꼈던 따스함과 불안...
쌓여가는 벚꽃의 눈으로 흘러넘치는 이 마음
살며시 노래해요. 사랑이 시들지 않도록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서툴게 되버리죠
걷는 속도만큼 그대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산들바람처럼 미소를 지키고 싶으니까
I love you 속삭이듯 노래하는 사랑
기억의 날개가 빛이 되겠죠
좋아하게 되서 다행이에요
그대를 만나고 나서야 나는 진정한 미소를 짓게되었죠
고마워요
그대를 사랑해요」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