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 오늘도 어김없이 장거리 비행에 투입되었습니다.
다만 평상시와 다른게 있다면, 이번에는 정기 스케줄 비행이 아닌 전세편 비행.
정기노선에서 전부 철수한 A340-500을 장거리 여행용으로 개조한 이후, 첫 운행하는 전세편입니다.
기존 좌석을 전부 뜯어내고 전 좌석을 코스모 슬리퍼 시트 (Kosmo Sleeper Seat)로 개조,
말 그대로 긴 여정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개조하였지요.
AVOD는 물론, 위성전화와 인터넷도 가능하다는게 포인트입니다.
또한 동체 중간에는 스낵바가 마련되어있어, 몸 뿐만 아니라 입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배려하였습니다.
럭셔리한 여행을 위해 이녀석에게 투자좀 한 셈이지요.
그 항공기의 첫 비행은, 너무나도 유명한 세인트마틴까지의 비행입니다.
전세편인지라 비정기 국제선코드인 8 (비정기 국내는 9, 화물은 7이 붙습니다.)이 하나 더 붙어 편명은 KA8213편.
오전 9시 인천공항을 출발할 예정입니다.
『얏호-☆ 기장님, 비행준비하러 가요~.』
...그러고보니 이번 비행의 객실승무원 자격으로 타게되는 사람중 한명은 바로 나나카씨.
사실 나나카씨는 일본노선에만 투입되는 승무원이지만, 왠일인지 이번에는 승객자격이 아닌,
승무원 자격으로 세인트마틴까지 비행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평소 비행할때와는 다르게, 플라이트 백이 두배는 더 많아보이네요.
휴게실에서 나가는 내내 빨리 내려오라며 보채는 나나카씨 덕에,
자판기 커피에서 뽑은 커피잔을 입에 문 채, 계단을 내려갑니다.
왠지 모르게 들뜬 분위기의 나나카씨네요.
크루버스를 타고 게이트로 향합니다.
저기 45번 게이트에 보이는 항공기.
A340항공기가 정기노선에서 빠진 뒤로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무척 간만에 보게 되네요.
...그나저나 저 항공기 한대를 남기고 매각했을 때, 조종실 출입문 잠금장치를 전부 원래대로 돌렸는데,
다시 바깥에서 잠그게끔 바꿔놨으려나요?
뭐... 전세기 전용이니까, 그럴일은 없겠지 라고 내심 자신을 위안하며 비행기로 향합니다.
비행 전 외부점검을 시작하구요.
나나카씨는 동료 승무원들이랑 기내 점검하러 먼저 객실로 올라갔습니다.
부기장은, 칵핏 점검하러 조종실로 올라갔구요.
지상요원분들과 이야기 하면서 동체 여기저기를 둘러봅니다.
정기편도 아니고... 때문에 화물은 많이 없는편입니다.
애초에 세인트마틴행 항공화물 자체가 그리 많은편이 아닌지라, 조금은 가볍게 비행할 수 있을지두요.
승객들이 6박 7일동안 세인트마틴에서 생활하면서 먹을 물이나 반찬거리 등등 대부분 먹거리 위주로 싣고 있습니다.
운항관리실에서 USB에 다운로드 받아온 플라이트 플랜을 FMC에 입력하구요.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꽂기만 하면 알아서 입력되니 그건 편하네요.
이제 종이로 뽑아온 플랜과 다른점이 있는지 체크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 사이 부기장이 FCU에, 속도와 고도 등등을 세팅해놓았습니다.
1차 순항고도는 FL330.
출항준비 완료~.
출발시간인 오전 9시까지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네요.
그때까지 조종실에서 뒹굴거리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부기장은 편의점으로 달려갔구요.
비행시간이 만만치 않은지라 부기장의 양 어깨가 무거울듯 하네요=_=
승객 탑승이 완료되고, 지상에서는 화물 적재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객실에서는 가이드가 승객들에게 이것저것을 설명하는지 그 목소리가 조종실까지 들리네요.
금일 비행할 루트입니다.
1월 3일 오전 9시에 출발하여, 도착은 1월 3일 오후 12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약 16시간 30분정도 비행할 예정이며, 총 비행거리는 7,976.5nm (14,357.7km)입니다.
A340-500항공기가 나름 초장거리형 항공기인 관계로 논스톱으로도 문제없는 거리죠.
갈때는 기류를 타고 빨리 갈수 있을듯 하지만, 돌아오는편은 그 반대의 상황이 되므로,
정기편처럼 뉴욕에 기착하여 연료를 재 보급받고 갈 예정입니다.
일단, 돌아오는건 7일 후이니, 그때 기상상황을 보고 결정해도 되겠지요.
출발시간이 다 되고, 본격적으로 세인트마틴을 향해 출발합니다.
토잉카에 의해 후방견인되구요.
후방견인 종료 후, 1, 2번 엔진 먼저 시동해줍니다.
긴 여정이 시작되는거죠.
4번 엔진까지 시동 완료.
Flap은 1단으로 설정.
잠시 꺼두었던 Pack을 다시 켜주고, Taxi light on, Seat Belt Sign on.
그 외 출발 전 체크리스트를 수행합니다.
느릿느릿 지상활주합니다.
앞에 활주로로 향하는 트래픽들이 몇 있고, 중간중간 합류하다보니 좀처럼 속도내기가 쉽지 않네요.
이륙대기중.
나름대로 빨리빨리 활주로를 비워주고 있는 덕에 앞에 대기하고 있는 항공기 총 2대.
모처럼 긴 대기시간 없이 라인업하여 이륙하게 되었습니다.
제 뒤로는 온통 아시아나 뿐이로군요.
활주로 위를 신나게 달려갑니다~.
Rotate~.
본격적인 장거리 비행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인천공항 주변을 한바퀴 돌아 안양VOR로 향한 후, G597항로에 진입하게 됩니다.
간만에 맑은 겨울하늘입니다~.
국내선 허브공항인 김포공항 주변을 지나가구요.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원도에 진입합니다.
저 뒤 북쪽으로는 산 위에 눈이 쌓인 모습이네요.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 상공을 지나가고,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준비를 합니다.
검푸른 겨울바다~.
울릉도 인근 상공에서 북쪽으로 선회, 블라디보스토크 방면으로 향합니다.
크고 작은 구름들이 진로를 방해하네요.
사방이 구름인지라 별수없이 뚫고 지나가야될듯 싶기도 하구요.
그 구름들을 뚫고 나가자 높은 운고의 구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기류가 심한편이네요. 일단은 좌석벨트 사인을 계속 켜둡니다.
드넓은 러시아 대륙 상공을 날아가는중이구요.
비행기가 제대로 가고있는지 ND와 FMC, 그리고 항법시설들을 수시로 체크해줍니다.
평소와 달리 러시아 해안선쪽이 아닌, 내륙쪽으로 진행했던 탓에, 새로운 풍경들도 보이구요.
저 아래는 강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상당한 크기의 강(!)이 보입니다.
그리고 대륙 상공에서의 비행도 잠시.
오호츠크해 상공으로 진입합니다.
....갈길이 많~이 멀군요.
오호츠크해를 건너 다시 대륙으로 진입합니다.
캄챠카 반도 북단을 통과하구요.
눈덮힌 설원을 지나가고,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서쪽으로 저물어갑니다.
북위도지방의 긴 겨울밤이 시작되려는거죠.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긴 비행운을 내뿜으며 항공기는 동쪽으로 향합니다.
이제 일출을 보는건 아메리카 대륙 동부해안쪽 상공이 되겠네요.
제트기류덕분에 시도때도없이 뜨는 오버스피드 경고음.
덕분에 예정보다 빠르게 이동중이기는 하지만요.
돌아오는길은 아무래도 이쪽길로 못 올 것 같네요.
현지시간 16시 4분 (0404z), LORKI fix를 11nm남겨놓은 시점에서 첫번째 스텝크라임을 실시합니다.
고도는 FL330에서 FL370으로 올라가구요.
시간은 1월 3일 16시 4분 (0404z)입니다.
불빛하나 없는 지상의 모습.
참조점이 될만한것도 없어서 항공기가 제대로 수평을 유지하며 날고있는건지 헷갈려오기 시작합니다.
...별 수 있나요~.
이런때는 계기만을 믿고 가는 수 밖에요.
어두 컴컴한 밤하늘.
교통량은 많은편인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타 항공기들 교신소리와 엔진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비행합니다.
그리고 출발 전에 부기장이 사온 간식거리도 먹구요.
날짜 변경선을 지나갑니다.
이제 날짜는 출발일보다 하루 전인 1월 2일 19시 37분 (0437z)입니다.
출발 5시간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슬슬 지루해지네요.
간간히 나나카씨가 서비스 해주는 커피를 마시며 버텨봅니다.
조종실 뒤쪽 공간으로 가서 스트레칭도 해주구요.
그리고 계속해서 잔류연료를 체크하는 일도 잊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허드슨만 서쪽을 지나고 있네요.
땅에는 불빛하나도 보이지 않고, 온통 어두컴컴한 밤하늘만을 달려가고 있습니다.
객실에서는 영화 상영이 한창이고, 스낵바쪽이 북적거리는지 나나카씨가 조종실로 오는 횟수도 뜸해졌습니다.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 의미없는 사진 한장을 찍으며 시간을 때워봅니다.
달빛에 반사되는 동체~.
어슴푸레 한 빛에 동체의 일부가 희미하게 빛납니다.
그 와중에 FERNO fix를 28nm앞둔 시점에서 2번째 스텝크라임을 실시합니다.
현지시간 1월 3일 오전 3시 8분 (0808z), FL370에서 FL410으로 올라가구요.
러시아쪽에 비해 기류도 안정적이고, 덕분에 편한 비행을 하고는 있지만,
그 덕에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네요.
워싱턴DC 근처를 지납니다.
이제 북미 대륙을 빠져나가 다시 대양으로 진입하게 되죠.
아직, 아침해는 떠오르지 않은 걸 보니 예정보다 매우 빠르게 비행하고 있는 듯 싶네요.
간만에 보는 도시의 불빛입니다.
순전 컴컴한 땅바닥(!)만 봐와서인지 저 불빛이 꽤나 반갑게 느껴지더라구요.
그것도 잠시, 항공기는 대서양 상공으로 진입합니다.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계기판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리고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네요.
어제 한국에서 맞이하였던 1월 3일의 아침을, 다시 맞이하고 있습니다.
눈부신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실제든 가상이든 일출은 언제봐도 멋진 것 같습니다~.
다만 실제든 가상이든.... 태양을 정면에서 보면 눈부시다는 것도 같지요=_=.
아침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사방에 짙게 깔려있던 어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섬 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그 바다 위로 구름들이 흩뿌려져있구요.
적도 근처로 가고있는지라, 외부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도착할때즘 해서는 에어컨을 켜야될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공역을 지나 마지막 관제공역인 SAN Juan Center에 진입하면, 이번 비행도 끝난거나 다름없습니다.
항로가 꺾이는 부분에 위치한 푸에르토 리코.
언제나 저 부분을 보면 설레이기 시작하지요. 저곳을 지나 하강을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착륙준비도 하니까요.
동체에 반사되는 아침햇살~.
한국시간으로 치면 지금 1월 3일 저녁 7~8시쯤 되겠네요.
2시간 전쯤 해서 한국시간에 맞춰 저녁식사가 제공되었고, 현지시간 아침식사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
숙소에 짐을 풀고, 예약해놓은 식당에서 해결할거라고 합니다.
항공기 오른쪽편으로 푸에르토 리코가 보입니다.
T/D지점도 코앞으로 다가왔구요.
저 섬들 끝자락에 목적지인, 세인트마틴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쪽으로 선회합니다.
항로의 끝에 선명하게 보이는 세인트마틴섬의 윤곽.
그리고 긴 순항을 마치고 하강을 시작합니다.
구름들 뒤로 전형적인 열대바다 색의 해변이 눈에 들어오네요.
하강속도가 빨라 스포일러를 올려 속도를 줄이구요.
저~ 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세인트마틴섬.
목적지를 육안식별하고 나니 마음이 놓이네요.
1만피트 이하로 하강중이고, 그에 따라 Landing Light도 on해줍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착륙준비에 들어가는고로 Seat Belt Sign도 on해주구요.
이 구름을 뚫고 나가면~
이렇게 세인트마틴섬이 눈에 들어옵니다~.
속도도 어느정도까지 감속했고 플랩도 전개되어있는 상태입니다.
활주로와 정렬 후, Flaps full, Gear down.
세인트마틴의 관문공항인 프린세스 줄리아나 공항은, ILS나 VOR설비가 없어, 비주얼 어프로치를 해야되는 공항이지요.
먼길을 날아온 후 수동착륙은 조금 힘들긴 하지만....
이를 세인트마틴 섬의 절경을 감상하기 위한 대가로 친다면, 이정도면 값싼 대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부러 조~금 낮게 들어가구요.
세인트마틴섬의 명소중 하나인, 마호해변 (Maho Beach)상공을 지나갑니다.
아침부터 큰 비행기 한대가 내려온다는 소리를 듣고 구경나온 사람들이 꽤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