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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한겨울에 접어드는 시기여서인지, 한낮에도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그 쌀쌀한 날씨는 결국은 눈오는 날씨로 이어지고, 이런날이면 밖에 나가기 싫어진달까요.
날씨가 춥다고 해서 출근을 안할수도 없고... 따뜻한 이불속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늘도 인천사무소로 출근합니다.
오늘 비행은 어느 구간으로 배정되어있으려나요~.
OC로 들어가려는데, 입구 옆쪽에 누군가가 서있습니다.
담당 운항관리사 누나로군요~. 눈오는데 밖에서 눈을 맞으며 멍 하니 서있길래, 괜시리 아는척 해봅니다.
『아~. 유이군. 출근했네?』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다보고, 마침 시야에 아는사람이 들어와서였는지 먼저 인사를 건네네요.
그렇게 눈맞으면서 멍하니 서있으면 감기걸리기 딱 좋으니 1층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갑니다.
사실 휴게실에 가면 나나카씨의 특제 원두커피가 있지만, 아무래도 서로 부담스러울 것 같으니 카페로 들어왔습니다.
따뜻한 한쵸코와 커피한잔을 주문합니다.
『하아아아....』
아침부터 무슨 한숨을 그리도 깊이 내뱉는걸까요?
『그게 오늘 321편을 운항하기로 한 조종사가 사정으로 그 구간 비행을 못하게 되서, 조종사를 구하는 중이야.
하필 777은 남는 비행기가 없고, 747이 한대 남는데, 747에는 조종사가 없어서.』
...왠지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옵니다.
오늘 적당히 인천발 국내선만 뛰고 퇴근할랬는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유이군~. 메인 기종이 747이었지? 잘됐다~. 737조종사는 많으니까, 오늘 하루만 대신 뛰어줄래?』
이런식이지요=_=...
눈동자를 글성거리며, 애절하게 부탁해오는지라 차마 거절할수도 없고 결국 예정에도 없던 암스테르담에 가게 되었습니다.
『고마워~. 대신 오늘 커피값은 내가 낼게~.』
결국 이리하여, KA321편 운항에 당첨.
아침에 브리핑하는동안, 지상에서는 행거에서 대체기종인 B747을 끌고나와, 인천공항 28번 게이트에 대기시켜놓았습니다.
28번 게이트로 이동, 비행에 앞서 외부점검부터 시작합니다.
엔진, 메인기어쪽을 살펴보구요.
꼬리쪽도 살펴봅니다.
객실 창문 열린곳은 없는지, 창문도 살펴보구요.
외부점검을 마치고 조종실로 들어와서, 외부점검 할동안 부기장이 입력해놓은 항로를 체크합니다.
유럽쪽 동네는 갈때마다 못보던 항로가 생기고, 있던 항로가 사라지고... 덕분에 갈때마다 새롭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루트네요. 게다가 왠지 거쳐가는 FIX 수가 두배는 더 많아진듯한 기분입니다.
SID포함하여 IAF까지 17페이지, 총 85개 FIX를 지나가고, STARs절차까지 합하면... 한 19페이지정도 되겠네요.
항공기 무게정보를 입력, 그렇게 산출된 Vspeed와 최적 순항고도를 mcp에 설정해놓습니다.
최초 순항고도는 FL276 (8400m)으로, 중국/몽골/러시아/중동 등지는 피트단위가 아닌 미터단위 고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FL276은 중국과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고도인 관계로, 몽골 공역에 진입하기 전에 고도 전환구역에서 FL315로 전환합니다.
약간 이르기는 하지만, 그때 1차 스텝크라임을 겸하는걸로 하구요.
출발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시간은 10시 27분. 출발시간까지는 약 3분정도가 남았네요.
kawa747이 좋은게... 조종실 바로 뒤에 있는 화장실은... 흡연이 가능한 흡연구역이라는 것.. 이랄까요?
막간을 이용해 잠시 화장실에 구름을 만들러 다녀옵니다.
그리고 이제 출발합니다.
객실 출입문, 카고도어등이 모두 닫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지상에 후방견인을 요청합니다.
후방견인 중이구요.
오늘도 착한사람 눈에만 보이는 토잉카가 후방견인을 해주고 있습니다.
후방견인이 끝나고, 엔진 시동~.
3,4 -> 1,2번엔진 순서로 시동합니다.
모든 엔진의 시동이 완료되고, 항공기가 무거운 관계로 플랩을 20도까지 전개.
인천 그라운드와 컨택, RWY 33L까지 지상활주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활주로를 향해 출발합니다.
항공기의 무게가 거의 86만 파운드에 육박하는 관계로, 어중간한 추력으로는 항공기가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커브돌때 멈춰서기라도 하면 참 난감해지죠.
오늘도 어김없이 활주로에는 이륙하려는 항공기들이 길게 늘어서있습니다.
이번 스케줄 개편으로 인해 10시대에 몰려나가는 kawa항공기들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네요.
앞서 대한항공 B777한대가 이륙하고, 현재 제 앞으로 6대의 항공기가 이륙대기중입니다.
15번 게이트로 암스테르담발 인천행 KA322편이 진입중이구요.
10시 50분 도착이니... 나름대로 정시도착했습니다.
제 뒤로 enFly A319(?)한대가 따라붙었고, 활주로에는 enFly B777 항공기가 이륙합니다.
대한항공 B777도 이륙하구요.
RWY 33R로는 칸나웨이 B777이 착륙합니다.
제 앞에 있던 캐세이 B777이 라인업하고, 이제 다음은 저희차례입니다.
캐세이퍼시픽 항공기가 이륙하고 '당연히' 저희 항공기를 라인업 시켜줄줄 알았는데,
ATC는 이제 막 도착한 블루링크 B767을 활주로에 라인업 시키네요.
만약 저 비행기가 중국이나 러시아쪽을 가는 항공기라면 가는 내내 뒤에서 괴롭혀줄테다 라며 이를 갈고있습니다=_=;
(아쉽게도 저희랑은 방향이 틀리더군요=_=; )
블루링크 B767이 이륙하고, 드디어 저희차례입니다.
RWY 33L에 라인업하구요.
롤링 테이크오프~. 올라가자마자 바로 파워넣고 달려나갑니다.
트림세팅 제대로 한 것 같은데 CG를 잘못입력했는지 V1도 안됐는데 기수가 들려서 요크 밀고있느라 진땀뺐습니다=_=;;;
여하튼 Vr때 기수를 들어 이륙하구요.
Positive Climb. Gear up.
인천공항 RWY 33L을 이륙하여, NOPIK 1A Departure Procedure에 의거 해당 절차대로 NOFIK fix로 비행합니다.
그 후, G597항로에 진입하게 됩니다.
항공기의 무게가 상당히 무거운편이라 10000ft이하 250kts속도로의 비행이 힘들기 때문에 280kts로 요청해놨구요.
구름층을 뚫고나오자 푸른하늘이 저희 항공기를 반겨주네요.
인천에서 암스테르담까지의 루트입니다.
갈길이 머네요... 총 비행거리 4841nm입니다.
연료 확인하고, 도착 후, 잔류연료량과 도착예정시간도 확인합니다.
푸르른(?) 서해 상공을 비행중이구요.
이제 곧 대한민국 영공을 빠져나가고 중국 영공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바다를 건너 중국 동부해안으로 진입합니다.
이제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를 지나가기 전까지 바다와는 안녕입니다.
광활한 대륙의 평원이 항공기 아래 펼쳐져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비행하는데 지나가는 항로의 8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A575항로에 진입하구요.
(...이 항로가 베이징 국제공항 북쪽에서 시작해서... 모스크바 인근까지 이어져있을겁니다. 굉장히 길죠.)
중국 영공에서 몽골영공으로 건너갑니다.
그 사이에 고도를 FL315로 전환해주구요. (0338z, 현지시간 11시 38분, ERE vor From 45nm지점)
러시아와 몽골간의 순항고도체계는 서로 같기 때문에 이 상태로 계속 러시아까지 비행하면 됩니다.
몽골의 초원이 눈에 들어오구요.
위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여기저기 눈 쌓인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센터탱크의 연료를 다 소모했네요. 센터탱크 연료펌프를 off시켜줍니다.
몽골 북서부지방이자, 러시아 국경근처.
눈덮힌 대지~. 온통 하얀빛깔이네요~.
몽골을 지나, 이제 러시아 공역으로 진입합니다.
왠지 꽤 높은 고도에까지 구름이 올라와있네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래쪽은 번개치고 눈이나 비가 마구 쏟아질듯... 합니다.
두꺼운 구름층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지상.
구름이 많기도 하고, 난기류를 동반한 구름도 있어서 항공기가 조금씩 떨립니다.
항공기 왼쪽에 왠지 신기하게 생긴 구름이 있네요.
실링 고도가... 지상과 얼마 차이가 없고, 온탑 고도는 적어도 FL380정도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구름이 항공기앞을 가로막습니다.
저 구름을 뚫고가는건... 위험부담이 조금 크죠.
ATC에 요청하여 구름을 우회합니다.
구름 아래쪽은 번개가 치는지 번쩍번쩍거리고 난리가 아닙니다.
두번째 스텝크라임 시점이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FL348까지 올라가구요.
0607z, 현지시간 12시 7분, NSK vor To 17nm지점에서 FL348로 스텝크라임을 시작합니다.
아아... 이제 절반왔네요.
계속 심심한 땅바닥만 보고가니 조금은 지루하기도 합니다.
4줄의 비행운을 그리며 검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항공기.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A575항로에서 빠져나와 (UUYY), R22항로로 진입합니다.
아무래도 고위도 지방이라서인지 현재 시간에 비해 주변이 많이 어두운 모습입니다.
2, 3번 탱크의 연료량이 1, 4번탱크의 연료량과 비슷해짐에 따라 Fuel X Feed를 끊어줍니다.
이제 1, 4번엔진은 서로 각각의 탱크에서 연료를 뽑아쓰게 됩니다.
상트페테부르크 관제공역에 진입하였습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공역에만 진입하면, 이번 비행도 거의 끝나간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상트페테부르크 공항 상공을 지나 탈린으로 향합니다.
이곳을 지나갈때마다 공항이 굉장히 크다... 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제 러시아 공역을 빠져나가기 전, 순항고도를 미터가 아닌 피터단위로 다시 변경하구요.
고도를 기존 FL348에서 FL360으로 변경합니다. (0931z, 1231 local)
이제 저 해안선을 타고 쭉 내려가서 암스테르담에 진입하게 됩니다.
이번 비행의 마지막 스텝크라임 포인트입니다.
FL360에서 FL380으로 올라가구요.
시간은 1021z, 현지시간 11시 21분, 위치는 SUP vor to 86nm지점입니다.
유럽쪽으로 넘어오자 관제소가 교신하는 소리로 시끌시끌합니다.
조금 전까지 대륙을 건너올때와의 분위기랑은 꽤 많이 차이가 난달까요.
이제 이번 비행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네델란드 바로 옆 독일 관제공역 (브레멘 센터)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ND에는 하강포인트인 T/D지점이 디스플레이 되고있구요.
이제 하강및 공항 접근준비를 해야지요~.
하강을 시작합니다.
스키폴 공항의 북동쪽 게이트웨이 격인 EEL vor을 지나, ARTIP fix까지 이동, 그곳에서 스키폴 vor상공으로 이동한 후,
각 활주로의 접근절차에 따라 활주로로 접근하게 됩니다.
이제 접근로상 남은FIX는 2개입니다.
스키폴 vor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감속 및 착륙준비를 해야겠지요?
현재 스키폴공항 활주로는 36L/C/R을 쓴다고 합니다.
저희쪽 게이트와 가까운 RWY 36C로 접근하겠다고 통보해놓구요.
주변 지형이나 건물들이 제법 뚜렷하게 보일정도로 낮게 내려왔습니다.
이제 비행의 마지막 구간을 FMC LEGS Page에 입력하고, 최종 접근속도도 정합니다.
최종접근속도는 146kts.
RWY 36C ILS 주파수를 다시한번 체크해보구요.
하강하는 도중 TCAS가 시끄럽게 울려대길래 봤더니 바로 위로 비행기 한대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꽤나 가까이 날아가네요.
스키폴공항 오버플라잉~.
그 큰 공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RWY 36C로 접근방법은, 티어드롭턴을 돌고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접근절차는 EELDE 1A STARs Procedure에 의거하였고, 마지막으로 턴을 완료함과 동시에,
ILS를 잡고 바로 착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파이널 턴 시작합니다.
속도를 줄이고, 속도에 맞춰 플랩도 한단계씩 전개해줍니다.
방금까지는 맑다가 이쪽으로 오니 갑자기 날씨가 흐려집니다.
LOC, G/S Capture. Gear down.
747특유의 포즈로 활주로를 향해 내려갑니다.
최종접근속도는 146kts.
날씨가 좋아, 멀리서도 활주로가 잘 보이네요.
비행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언제나 이착륙시기가 가장 위험한 만큼,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활주로위로 날아들구요.
터치다운 & 엔진 리버스
그리고 후행 항공기를 위해 활주로를 비워줍니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유도로가 좁게 느껴지네요.
뭐 어찌됐건, 이제 게이트로 향합니다.
플랩을 접어올리고, 스포일러도 내리는 등의 착륙 후 절차를 수행중이구요.
오랜만에 보는 스키폴 타워, 그리고 특이한 모양의 브릿지.
G4 Gate에 파킹하기 위해 해당 게이트로 이동합니다.
마침 항공기들이 다 출발했는지 이쪽 구역은 다른 구역에 비해 많이 썰렁한편입니다.
게이트 도킹시스템의 유도에 맞춰 게이트에 접근하구요.
정렬 완료.
바닥의 747 정지라인에 맞춰 정지하였습니다.
파킹브레이크 걸어주구요.
Engine Cut off.
L2, 4 Door에 보딩브릿지가 연결됩니다.
객실에서는 승객들 하기가 시작되고, 지상역시 카고도어를 열고 화물 하역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는 만큼, 승객들 하기가 끝나자 마자 바로 캐터링 등등의 작업을 시작합니다.
도착시간은 예정보다 1시간 53분 빠른 오후 12시 37분 도착하였습니다.
승객 하기가 모두 끝나고, 저희도 내립니다.
이제 이 항공기를 끌고 다시 인천으로 갈 조종사에게 인수인계하구요.
이것으로 KA321편 비행이 모두 끝났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