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이야기/기 차 역 ━

가을향기 물씬 풍기는 경전선 명봉역

반쪽날개 2008. 10. 4. 23:12
가을이 절정으로 무르익어가는 10월 초순.
기차여행동호회 회원분들과 명봉역으로 출사를 나갔습니다.

명봉역은 드라마 『여름향기』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광곡역과 이양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8년 6월 16일부로 무인화된 경전선 역이기도 합니다.




명봉역으로 가기 위해, 송정리역에서 회원 한분과 합류합니다.
우리가 탈 열차는 목포(14:55)발 순천(18:25)행 무궁화호 제 1972열차.

아직 오후 4시이지만,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려놓은 송정리역 4번홈에서 열차를 기다립니다.





3번홈과, 2번홈에 서있는 열차들.
3번홈은, 부산진으로 향하는 화물열차, 그리고 2번홈은 광주역으로 들어갈 예정인 단행 디젤기관차가 서있습니다.

우리가 탑승할 1972열차가 출발하고 뒤따라 출발하려하는지, 기관차에 기관사분들이 짐을 실으시며 운행준비중이셨구요.





그리고, 곧이어 4번홈으로 순천행 무궁화호 제 1972열차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7001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였구요.

나름 많은 승객들이 저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 이양역에서 다른 회원한분과도 합류하게 됩니다.
16시 정각, 송정리역을 출발한 열차는, 17시 16분, 목적지인 명봉역에 도착할 예정이구요.
배정된 좌석은 2호차 26석입니다.





구불구불한 경전선 철도를 달리는 무궁화호.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가을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정시에 명봉역에 도착한 열차.
타는사람없이, 내리는사람 몇명만이 존재, 열차는 1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시간동안 정차한 후,
다음역인 광곡역을 향해 출발합니다.





우리가 왔던 방향을 바라보고 한장~.
8량열차 정지 표지판이 있기는 하지만, 정작 8량편성 열차인 용산↔여수 열차인 1441/1442열차는 이 역에 정차하지 않습니다.





광곡역 방면을 보고 찍어보았습니다.
경전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곡선플랫폼.
유연하게 꺾인 S라인선로와 주변 풍경이 잘 어울립니다.





플랫폼에서 바라본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역사의 모습.
간이역다운 단촐한 모습입니다.

역명판조차도 현재의 모습이 아닌 예전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경전선 본선이 아닌, 측선쪽은 열차의 통행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선로에 붉게 녹이 슬어있었습니다.





지금이 10월이니까, 무인화된지 이제 4개월정도 되었군요.
잘 가꾸어진 화분을 보니, 아직도 이곳이 무인역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정도입니다.

장독대에 올려진 항아리에는 내용물이 들어있을까요?

저 모습을 보니, 마치 이곳이 역이라기보다는 한적한 어느 시골집의 느낌이 듭니다.





출구 옆에있는 또다른 화분에는 고추가 심어져있었습니다.
여름동안 햇빛을 받으며 잘 자란 고추가 탐스럽게 열려있네요.





역사 내로 들어가기 전에 바라본 플랫폼의 모습.
화순역처럼, 그늘을 만들어주는 플랫폼 내에 자란 큰 나무가 눈에 띄네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조그마한 벤치도 놓여있구요.

폴사인은 최근의 폴사인으로 바뀌어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명봉역 매표소는 사진처럼 판자로 막혀있고, 판자에는 역 무인화를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있습니다.
간이역이 하나 둘 없어지고, 없어지지 않은 역들도 규모가 작은 역이나 이용률이 낮은 역들은 이처럼 무인화를 시키고 있지요.
명봉역도 그런 역들중 하나입니다.

이제 역무원이 없는 명봉역에 마련된 저 점자블럭도, 그 역할의 절반을 상실한듯 보였습니다.





매표소 반대쪽에 마련된 1자형 녹색 목재의자, 그리고 타는곳 방향 벽에 걸려있는 액자들.





출구쪽 벽면에는 이렇게 여름향기 촬영지였다는 것을 알리는 사진과, 배우들의 사인이 액자에 담겨 걸려있습니다.





역사 밖으로 나와, 올려다본 명봉역의 모습.
역의 규모도 크지 않은 아담한 모습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출입문 오른편에 설치된 경고문.
무인역이다보니, 열차를 타러 플랫폼으로 갈때나, 열차에서 내려 역으로 들어올때,
아무래도 조금 더 신경써야되는건 어쩔 수 없겠지요.

열차 통행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말이죠.





조그마한 역 광장.
그 광장 위에는 하나 둘 떨어진 낙엽이 쌓여있습니다.





역 건물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역 명칭 지정 유래 안내문.
그리고 그 옆에는 수동분기기에서 볼 수 있는 신호등도 같이 설치되어있었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본 역의 모습.
다른 역과 달리, 정면에 있는 길은 콘크리트길이 아닌 자갈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갈길 옆으로는 잘 정돈된 녹지가 자리잡고 있구요.

여름향기 촬영지로 유명한 명봉역은, 서쪽으로는 이양역, 동쪽으로는 광곡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소재지는 전라남도 보성군 노동면입니다.
1930년 12월 25일 첫 영업을 개시, 승객, 화물수송을 담당하였고, 이후 2008년 6월 16일부로 무배치역으로 격하되었습니다.
지어진지 70년이 넘은 오래된 역이죠.

기차가 아닌 타 교통수단으로 이곳에 오려면,
보성과 신천리를 오가는 농어촌버스 (일 3회 편도운행)를 이용하는 방법외에는 없습니다.

그 버스의 시간표는 다음과 같구요.
보성출발 6:00 / 12:50 / 18:30 (명봉역 도착 : 6:20 / 13:10 / 18:50) 신천리 도착 : 6:25 / 13:15 / 18:55
신천리 출발 : 6:25 / 13:15 / 18:55 (명봉역 도착 : 6:30 / 13:20 / 19:00) 보성도착 : 6:50 / 13:40 / 19:20





이제 다시 광주로 돌아가야겠지요?
금일 이곳을 경유하는 목포행 마지막 열차인 부전(13:00)발 목포(20:25)행 무궁화호 제 1953열차를 기다립니다.

이곳이 무인역이라서, 돌아가는 열차표는 출발역인 송정리역에서 미리 발권받았구요.

그때마침, 정기화물열차 한대가 송정리를 향해 달려갑니다.
저 화물열차의 기관사분들이 뜻밖의 손님을 맞이하였는지, 사진을 찍고있을 때 V자 포즈를 취해주시더라구요.





높은 가을 저녁하늘 아래의 플랫폼 가로등과 확성기.
안타깝지만, 이제 저 확성기에서 음성안내가 나오는일은 더이상 없겠지요?





이곳에 타는사람이 한명도 없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탑승객이 있었습니다.
저 앞쪽의 아가씨 한분도, 우리와 같은열차인 1953열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1953열차는 예정보다 약 13분정도 늦게 도착한다고 하네요.
최근들어 1953열차가 정시에 운행된것을 본적이 없는지라,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게 되더랍니다.





해는 점점 짧아지고, 날은 벌써 어둑어둑해졌습니다.
그 어둠을 쫒으려는지, 가로등에는 불이 켜지구요.

어두웠던 플랫폼이 한순간 환해짐을 느낍니다.





역사쪽에도 조명이 들어왔구요.
어스륵한 저녁하늘 아래 역사 주변만은 환하게 밝아진 모습입니다.





그리고, 열차는 예정보다 13분정도 늦은 오후 6시 35분경 명봉역에 도착합니다.

어느 가을날의 짧은 여행.
수고하셨습니다.


p.s
역시나 송정리역까지 열차는 지연을 거듭하였는데,
송정리역에서 행신행 KTX 제 416열차로 환승할 승객들이 있는지 승무원분들이 미리서 파악하고,
송정리역에서는 그 환승승객들을 위해, KTX가 무궁화호를 기다려주는 이색적인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1953열차가 들어온 송정리역 5번홈에서는 환승승객을 상행 플랫폼인 7번홈으로 유도하기 위해
역무원분들까지 가세해 한동안 분주한 모습을 보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