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 53분, 우리나라로부터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아이티(Haiti)에서, 진도 7.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지진으로 인해, 약 3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아이티가 위치한 곳의 기후적 특성상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합니다.
이번에는, 비록 가상이기는 하지만, 아이티로 구호물품 수송비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이른아침의 뉴욕 JFK공항, 화물 11번 스팟에서는, 아이티로 운반될 구호물품이 적재되고 있습니다.
이미, AfterBurner님의 마이애미발 B744F 편으로 한번 전달되었고, 저는 MD11F를 이용해 아이티로 가게 됩니다.
비행에 앞서 평상시처럼 외부점검을 시작합니다.
노즈기어 점검 후, 엔진과 메인기어 점검해주구요.
꼬리와 2번엔진도 육안점검해줍니다.
LH로 넘어오구요.
SCD쪽은 적재가 완료되었는지 리프트가 철수했습니다.
외부점검도 끝났고, 조종실로 올라가볼까요?
조명이 꺼져있어서 그런지 어둑어둑 합니다.
다행히, 새벽에 런업체크를 했던지라, 계기들은 전부 살아있는 상태입니다.
뉴욕에서 아이티까지 비행할 경로를 입력한 후, Vspeed를 산출해냅니다.
도착지에서 연료보급이 안되기 때문에, 왕복연료를 적재, 때문에 항공기 무게가 무거운편입니다.
Stabilizer Trim세팅해주구요.
MCP도 세팅해줍니다.
가변플랩은 FMC에 설정한대로 15도에 맞춰주구요.
오늘 비행은, 뉴욕 JFK 공항을 오전 7시 30분에 이륙하여, 목적지인 아이티 포르토 프랭스(Port-au-Prince)에 위치한,
타우사인트 로우베르투레 (Toussaint Louverture) 공항에는 오전 11시 20분 도착 예정입니다.
순항고도는 FL340이고, 항로 전반에 걸쳐 시정이나 구름 상태는 양호하지만, 난기류가 굉장히 심하다고 합니다.
일단, 기류가 덜 심한곳을 우선으로 항로를 작성하다보니, 도미니카 공화국 영공을 통과하는 루트가 되었지만,
비행하는 도중, 현지 기상상황을 보고,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우회할지, 아니면 바로 아이티 영공으로 진입할지를 결정하겠습니다.
항공기 ZFW은 393,700lbs, 연료는 140,000lbs 를 적재하였습니다.
화물 적재가 완료되었는지 화물칸을 닫고있습니다.
승무원용 스텝도 철수하구요.
노즈기어에는 토잉트랙터가 붙어있습니다.
7시 30분 정시에 후방견인이 시작되구요.
후방견인하는 도중, 엔진 시동합니다.
모든 엔진 시동이 완료되었고, FMC에 세팅했던 각도인 15도로 플랩을 전개합니다.
후방견인 완료~.
토잉트랙터 분리되구요.
Auto brake RTO, Spoiler ARM...
출발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지상에서도 항공기 출발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사인을 보내왔습니다.
이륙할 활주로는 RWY 31R.
31R 활주로까지 지상활주를 시작합니다.
줄줄이 서있는 AA들입니다.
왠지 꼬리 사이즈들이 미묘하게 다른걸요~.
JFK 화물청사에서 출발해본것은 처음이라서 활주로까지 가는 길을 헤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마침 앞에 AA B777도 31R로 이동하고 있어서, 그 뒤를 졸졸 따라갑니다.
지상활주하는 도중, 착륙중인 Jet Blue A320도 지나가구요.
그리고 젯블루를 눌러버린 메이저 데낙 B738WL들도 보입니다.
미국의 거대 공항을 저렇게 점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건, 마이너 카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의불)
어쨌거나 RWY 22R/4L을 지나가구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다시 등장한 데낙입니다=_=.
RWY 31R에 라인업중이구요.
데낙 B738이 이륙하고, 뒤이어 AA B777이 라인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항공기가 라인업 하구요.
출력을 올리기 전에, 다시한번 계기체크 해줍니다.
이상없음이 확인되고 출력을 올려 이륙합니다~.
Gear Up.
눈이 녹지 않은 거리, 그리고 그 위에 물든 가로등 조명.
뉴욕 시가지 일대로 돌아나옵니다.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아, 대서양으로 빠져나옵니다.
오토파일럿 전환하구요.
뉴욕 근해쪽에 구름이 많이 몰려있습니다.
왠지 기류가 좋지 않은지 비행기가 많이 흔들거리네요.
도착 예정시간은 국제표준시 15시 53분.
영국보다 5시간 늦은 지역이기 때문에, 오전 10시 53분쯤 도착할듯 합니다.
뉴욕과 같은 시간대구요.
구름 아래로 검푸른 대서양이 보입니다.
순항고도인 FL340에 도달하였구요.
기류에 휘말려버린 탓에, 항공기가 항로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좌 우로 요동치면서 항로에서 밀려버리네요.
남쪽으로 쭉 내려가는 루트입니다.
대양 상공을 비행하는 루트이기도 하구요.
간간히 만나는 구름들입니다.
비행하는 도중 만난 초승달입니다.
별다른 이상없이 순항중입니다.
역시나 대양이나 대륙을 넘어갈때 심심해지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푸른 바다 상공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약 2/3정도 내려왔습니다.
그러고보면, 아이티는, 익히 알려진 세인트마틴 섬과 가깝습니다.
항로가 끝나는 부분은 도미니카 공화국(MDCS), 그리고 공역을 기준으로 바로 왼쪽이 아이티(MTEG)입니다.
아이티는 서인도 제도에서 두번째로 큰 '히스파니올라'섬을 도미니카 공화국과 공유하고 있지요.
아이티 왼쪽의 섬은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오른쪽에 있는 섬은 푸에르토리코, 푸에르토리코 왼쪽이 세인트마틴섬입니다.
사실, 세인트마틴섬으로는 자주 비행을 뛰었고, 그곳을 가려면 아이티 인근을 경유해야했지만,
정작 아이티라는 나라를 알게된건 이번 지진이 일어나고난 후였달까요?
FIX간의 길이도 길고, 항적도 뜸하고, 주변은 온통 바다구요.
가는 도중 틈틈히 연료체크도 해줍니다.
그리고 조종실 뒤쪽에서 뒹굴거려보기도 하구요.
한참을 내려왔습니다.
비행기 앞쪽에 위치한 섬인 터크스 앤 카이코스 제도 (Turks and Caicos Islands)를 지나면, 슬슬 하강준비를 해야되구요.
마침, 아이티쪽으로 바로 내려가는 항로의 기상상태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우회하지 않고 바로 진입하는 경로로 변경하였습니다.
터크스 앤 카이코스 제도의 그랜드 터크 국제공항 (Grand Turk INTL) 인근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산호초에 둘러쌓인 섬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터크스 앤 카이코스 제도를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하강지점이 ND에 표시됩니다.
곧이어 눈에 들어오는 도미니카 공화국.
항공기 앞쪽으로는 아이티가 보입니다.
하강지점을 통과, 7000피트까지 하강하게 됩니다. (to HCN 44nm 1540z)
아이티 영공에 진입하였구요.
곧이어 아이티 북부에 위치한 카프아이시앵(Cap Haitien) 상공을 지나갑니다.
아래로 보이는 공항은, 카프아이시앵 국제공항이구요.
목적지와 가까워지고, 슬슬 착륙준비를 해야겠지요?
지금 비행중인 아이티 (아이티 공화국)는, 라틴아메리카 중에서는 최초로 독립한 국가이고, 국토의 3/4가 산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인구의 대부분이 흑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경제는, 잇다른 독재로 인해 라틴 아메리카 중에서 최 하위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금일 타우사인트 로우베르투레 공항의 사용활주로는 RWY 9입니다.
포르토 프랭스 서쪽 만(Bay)쪽으로 빠져서 한바퀴 돌아 진입하는 경로구요.
FMC에 나머지 구간을 입력, ND에 공항까지의 최종 경로가 표시됩니다.
큰 지진이 있었다는 말이 거짓말로 느껴질만큼 평온한 모습입니다.
포르토 프랭스를 앞에 두고 서쪽으로 선회, 바다쪽으로 빠져나갑니다.
활주로가 넉넉한 편은 아닌 관계로 플랩은 50도로 세팅해놓구요.
지진만 아니었다면, 비행기 아래의 산호초 바다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을텐데 말이죠.
대 자연 앞에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어찌됐건, 바다쪽으로 나와 다시 포르토 프랭스쪽으로 기수를 돌립니다.
4500피트까지 추가로 하강,
타우사인트 로우베르투레공항의 ILS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하니, LOC arm 해놓습니다.
Final 들어갑니다.
Flaps 28
Gear Down.
활주로 확인했구요.
저희 항공기 앞으로, 접근중인 다른 항공기가 있어서 간격을 맞추려고 미리 감속해놓습니다....만...
앞 비행기 터보프롭이라고 하네요.
내려가는동안 운휴중인 크루즈도 보입니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 프랭스의 모습입니다.
이곳에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 그대로 폐허를 방불케 할정도로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아아...
앞서 접근하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탓에, GA 선언하고 다시 상승합니다.
제트기였다면, 뒤이어서 바로 내릴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_=;;
착륙한 항공기가 활주로 끝에가서 비행기를 돌릴 동안, 이륙 대기중인 다른 항공기를 라인업 시킵니다.
복행절차는... 레이더 벡터로 대신합니다=_=.
Gear Up 하고, 장주패턴대로 공항 주변을 한바퀴 돈 후, 다시 접근하게 되구요.
FMC 재설정하기 귀찮아서 그냥 수동으로 끌고갑니다.
....그러고보니 MD11은 오토파일럿 꺼놓으면 오토스로틀까지 같이 off되버렸던가요...=_=?
오랜만에 풀수동으로 조종해본다는건 비밀
다시 파이널 구간에 진입하구요.
ILS 계기를 참고하여, 수동 접근합니다.
Gear Down, Flaps Full, Auto brake는 MED, Spolier ARM.
이번에는 앞에서 방해하는 비행기도 없고, 활주로도 깨끗하게 비어있구요.
착륙을 결정합니다.
쿵~.
뒤에 AA A300이 접근중이라고 하니 후다닥 감속해서 활주로 비워줄 준비를 합니다.
저 앞쪽 첫번째 터닝포인트에서 U턴 한 다음, 오른쪽에 있는 유도로로 들어가게 되구요.
현재 속도는 28노트, 조금 더 감속한 후, 진입해야겠네요.
U턴 공간이 빠듯...하네요.
어찌됐건 한바퀴 돌아서 램프로 진입하구요.
APU Start.
Landing, Strobe Light off.
Flap과 Spoiler도 원위치 시켜줍니다.
타우사인트 로우베르투레 공항 터미널 왼쪽 스팟에 주기를 배정받았구요.
실제 타우사인트 로우베르투레 공항은 구호품을 실은 비행기며 다른 비행기들이 한데 뒤엉켜,
착륙해도 주기장으로 들어갈 수 없을정도로 포화상태라고 합니다.
저희비행기 앞에 착륙했던 IBC 항공.
어쩐지, 아무리 감속해도, 선행 항공기와의 거리가 벌어지질 않더라구요.
APU 작동 확인하구요.
Fuel Cutoff.
엔진 정지가 확인되고, 지상에서는 바로 화물 하역작업이 시작됩니다.
열대지방이고, 기온이 상당히 높은만큼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마실 물이겠지요.
식수와 식량, 그리고 각종 의약품을 위주로 싣고 왔습니다.
하역작업 진행 중, 뒤이어 내린 AA A300항공기가 지나갑니다.
하역작업 후, 공차 상태로 바로 뉴욕으로 되돌아가는지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조종실에서 대기하게 됩니다.
* * *
아이티를 강타한 진도 7.0규모의 강진.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아이티의 모습은 폐허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또한 부상입은 사람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구요.
처음에는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바로 지진이 일어나기 전 상태로 복구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도움이 있다면,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빨리, 예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번 비행을 마칩니다.
3시간 51분간의 비행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