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이야기/기 차 사 진

호남 고속선을 달리는 고속열차 3종 세트(!) - 두 번째

반쪽날개 2015. 9. 18. 20:00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가는 9월 중순, 연일 쾌청하고 선선한 날씨에 나들이며 출사 나가기 좋습니다.

 

저도 이런 날씨의 유혹(!)에 못 이겨 여름내내 묵혀놓았던 카메라를 들고 모처럼 출사를 나가보았는데,

공항으로 갈까 호남선으로 갈까 살짝 고민하다, 모처럼 호남선을 날아다니는 생선(!)들이 보고 싶어 호남선으로 이동합니다.

 

 

 

 

 

이번 출사는 예전에도 몇 차례 왔었던 호남고속철도 광주차량기지 인근 포인트에서 시작하였고,

본격적인 생선 낚시(!)를 위해 카메라를 세팅합니다.

(못보던 새에 선로 주변의 풀들이 상당히 많이 자랐네요.)

 

 

해가 많이 짧아진 탓에 이제 오후 4시임에도 그림자가 제법 길게 늘어져있습니다.

게다가 이곳은 선로가 골짜기를 가로지르는지라 다른 장소에 비해 더 일찍 어두워지기도 하구요.

 

터널 포인트로 가면 주변이 탁 트여있어 산 그림자가 지지 않는데, 저 앞에 보이는 산 건너편으로 가야 되는지라 은근히 번거롭습니다.

뭐... 이 포인트도 접근성이 메롱이라 쉽게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요.

 

 

 

 

 

이날 출사 나와 처음 잡은 녀석은 행신(13:50)발 목포(16:54)행 신형 KTX 산천 521열차 (02호기)입니다.

그간 출사 때마다 20량 KTX와 구형 KTX 산천만 봐왔던 탓에 신형 KTX 산천은 무척 오랜만에 봅니다.

 

 

이 구간은 고속선과 기존선이 합류/분기하는 곳으로,

이곳을 지나는 고속열차들은 팬터그래프 위치를 재조정하기 위해 팬터그래프를 강하하게 됩니다.

사진 속 열차도 팬터그래프가 내려가있는 상태구요.

 

일반적으로, 고속선에 설치된 전차선의 높이는 기존선보다 더 낮은데, 이는 팬터그래프가 받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함이라 합니다.

(기존선 중 경전선에 설치된 전차선이 가장 높습니다),

 

 

 

 

 

기존선/고속선 경계를 통과하기 전, 운전실 내에 마련된 선로 종류별 팬터그래프 작동 노브를 이용해 팬터그래프 높이를 재조정하게 되는데,

'기존선' 위치에 놓으면 팬터그래프가 전차선 높이까지 쭉 올라가고, '고속선' 위치에 놓으면 팬터그래프가 특정 높이까지만 올라간다고 합니다.

('0'에 놓으면 내려오구요.)

 

 

 

 

 

이어서 목포(16:00)발 용산(18:25)행 신형 KTX 산천 520열차 (03호기)가 지나갑니다.

 

도색 디자인 센스가 영 꽝이라며 혹평을 받는 신형 KTX 산천이지만, 저녁 햇살을 받으니 유광 차체에 칠해진 팥죽(!) 색깔이 제법 멋스럽게 보입니다.

그나저나 오랫동안 세차하지 않은건지 후미부가 영 꼬질꼬질합니다.

 

 

 

 

 

두 대의 신형 KTX 산천이 지나간 후, 이번에는 구형 KTX 산천입니다.

이 녀석은 행신(14:35)발 광주송정(16:57)행 KTX 산천 559열차 (선두 15호기, 후미 06호기)로, 한때는 주말에만 중련으로 운행했던 녀석인데,

기존의 단편성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8월 1일부터 매일 한 차례씩 중련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도 기존선 합류를 앞두고 팬터그래프를 내린 채 느릿느릿 지나갑니다.

 

 

 

 

 

산천어들이 지나간 후, 이번에는 20량짜리 KTX입니다.

광주송정(16:55)발 용산(18:47)행 KTX 562열차 (38호기)구요.

 

길이가 길어서인지, 한 화각에 딱 들어오는 KTX 산천과 달리 이 녀석은 선두부쪽이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공항 출사든, 기차 출사든.... 나무와 전봇대가 문제입니다=_=;; )

 

 

 

 

 

상행 KTX에 이어 이번에는 용산(15:50)발 목포(18:02)행 KTX 523열차 (07호기)가 지나갑니다.

 

20량 KTX 한 편성 보다 KTX 산천 중련 편성의 길이가 약 20미터 더 길지만, 차체 디자인이 달라서인지 20량 KTX가 더 길고 늘씬하게 보입니다.

KTX 산천 중련 편성은 펑퍼짐한 디자인 탓에 그리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구요.

 

 

* 20량 KTX 길이 : 384m

** 중련 KTX 산천 길이 : 408m (204x2)

 

 

 

 

 

523열차가 지나가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목포(17:05)발 용산(19:24)행 신형 KTX 산천 522열차 (10호기)가 지나갑니다.

 

그 사이에 주변이 제법 어두워진 탓에, 조리개를 개방해 셔터속도를 확보합니다.

포인트 특성상 패닝샷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셔터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이도 저도 아닌 사진이 돼버리거든요.

 

 

 

 

 

대략 1시간 20분 전에 광주송정역으로 갔던 중련 KTX 산천이 광주송정(18:15)발 용산(20:10)행 KTX 산천 564편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내려올 때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06호기가 선두고 15호기가 후미입니다.

 

한 프레임에 다 담자니 중련 부분이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을게 뻔한고로, 한 편성씩 쪼개서(?) 찍었습니다.

 

한때 중련 KTX 산천이 광주역에 들어올 때는 운남대교나 광신대교에서 연결기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에는 KTX를 구경할만한 마땅한 포인트가 별로 없어 기차역으로 가지 않는 이상 중련 KTX 산천의 자세한 모습을 보는게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중련편성이라 무거워서인지 단편성 KTX들에 비해 다소 느린 속도로 지나갑니다.

 

저녁 해가 서쪽 산 능선에 가까워져가는지 그림자들이 많이 흐릿해졌습니다.

다음 통과 열차는 인천공항(15:50)발 목포(19:23)행 신형 KTX 산천 525열차로,

이 녀석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도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아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사진 퀄리티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녀석을 마지막으로 출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 * *

 

고속열차 시간표가 개정된 이후, 호남선에 신형 KTX 산천과 20량 KTX가 대거 투입되어 지금은 구형 KTX 산천을 보는게 힘들어졌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신형 KTX 산천을 타볼 기회가 더 많아졌다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김포-광주 항공편 두 편이 감편되었고 고속버스 수요도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상황을 볼 때 앞으로도 고속철도 수요가 계속 늘어날 텐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광주 전 지역과 광주송정역의 접근성을 개선해준다면 더 편하고 쾌적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을듯합니다.

 

 

아무쪼록 모처럼 만의 출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부족한 글, 사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p.s 1

...신형 산천어... 언제나 타보려나요...ㅜㅜ;;

 

p.s 2

...찍어놓고 보니... 죄다 뒷모습 뿐이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