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정도 이상의 규모를 가진 공항에는 항공기들의 안전한 활주로 접근을 위해 ILS (Instrument Landing System)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ILS 장비는 수평 정렬을 위한 로컬라이저 (Localizer)와 수직 정렬을 위한 글라이드 슬로프 (Glide Slope)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장비를 이용해 항공기를 활주로까지 안전하게 유도할 수 있고, 오토파일럿이 장착된 항공기의 경우 이 장치를 이용해 항공기를 활주로에 자동으로 정렬시킬 수도 있습니다.
(공항 특성상 수평 정렬 장치인 로컬라이저만 설치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ILS가 설치되었다고 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무조건 착륙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ILS의 정밀도에 따라 ILS 등급이 다르고, 정밀도가 높을수록 착륙 결심 고도 (Decision Height / DH)가 낮아지는데,
아무리 높은 정밀도를 가진 ILS라 할지라도 DH에서 활주로가 보이지 않을 경우,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 (Go Around) 하여야 합니다.
ILS 등급별 착륙 제한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I 등급 (CAT-1) : RVR 550m 이상 또는 시정거리 800m이상, 결심고도 60m 이상
+ Ⅱ등급 (CAT-2) : RVR 350m 이상 또는 시정거리 400m 이상, 결심고도 30m 이상
+ Ⅲa등급 (CAT-3a) : RVR 200m이상, 결심고도 15m 이상
+ Ⅲb등급 (CAT-3b): RVR 50m이상, 결심고도 15m 이하
+ Ⅲc등급 (CAT-3c): 활주로 시정거리 0m에서도 착륙 가능
인천공항과 같은 대규모 국제공항은 대부분의 활주로에 CAT-3b 등급의 ILS가 설치되어있고, CAT-3c 등급의 ILS는 아직 설치된 공항이 없습니다.
안전한 착륙을 위해 모든 공항의 ILS 등급을 CAT-3c 등급으로 설치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는 유지 및 설치 비용 혹은 효율성의 이유로 힘들고, 일부 공항의 경우에는 지형상의 이유로 ILS를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ILS가 설치되지 않은 공항이라 해도 일정 조건만 갖추어지면 VOR (혹은 TACAN)이나 NDB 등의 항행 시설을 이용하거나 레이더 벡터를 통해 활주로에 접근할 수 있는데,
이번에 할 이야기는 이러한 활주로 접근 방식 중 하나인 PAR (Precision Approach Radar / 정밀 접근 레이더)에 관한 것입니다.
공항 차트를 뒤적이다 보면 (주로 Jeppesen), 위 차트처럼 활주로 하나만 덩그러니 그려져있는 차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차트는 PAR 차트로, PAR 관제 방식 자체가 전적으로 관제사의 유도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보니,
접근과 관련된 방위/고도 정보는 기록되어있지 않고, 단지 착륙 한계치나 접근 실패시 수행할 절차에 대해서만 기록되어있습니다.
차트에도 기록되어있듯, PAR은 VOR/DME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이 같은 접근이 비효율적인 경우 관제사에 의해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고,
이는 통상적인 방법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활주로에 접근하게 됩니다.
PAR은 ILS를 설치할 수 없는 야전 공항에서도 항공기를 정밀하게 유도하기 위해 미 공군이 고안해낸 시스템으로,
민간 공항보다는 군 공항에서 주로 사용하며, 민/군이 함께 사용하는 공항의 경우 상황에 따라 민간 항공기도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06년 6월 9일, 김포공항 접근 도중 우박을 맞고 윈드 실드와 노즈콘이 파손된 아시아나 8942편의 경우 PAR과 비슷한 방식의 관제를 통해 공항에 착륙하였는데,
김포공항에는 PAR 장비가 없는 관계로 PAR과 비슷한 방식인 GO/NOGO approach를 이용하였습니다.)
위 사진은 PAR 장비로, 국내에서는 주로 일체형 레이더를 사용합니다.
(레이더 모델은 체코 T-CZ사의 RP-5GI)
가로로 길쭉한 레이더는 수평 정렬을, 세로로 길쭉한 레이더는 수직 정렬을 위한 레이더로, 기본적인 구조는 ILS와 같습니다.
하지만 ILS가 조종사들에게 직접적으로 접근 경로를 제공해주는 것과 달리,
PAR은 관제사에게만 접근 경로를 제공해주며 조종사는 관제사를 통해 음성으로 접근 경로를 제공받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PAR 접근을 위해서는 통상적인 관제보다 더 많은 무전양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관제사는 PAR 접근이 시작되면 조종사에게 복창할 필요가 없다는,
Do not acknowledge further transmissions를 선언한 후 본격적으로 항공기 유도에 들어갑니다.
PAR 관제는 항공기가 활주로에 안착할 때 까지 현재 항공기 위치 및 접근 상황을 약 3초에서 5초 간격으로 알려주는데,
만약 5초 이상 관제 지시가 없는 경우, 조종사는 활주로 접근을 포기하고 즉시 복행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PAR 접근은 많은 무전양을 필요로 하는 만큼 관제사 한 명이 한대의 항공기만을 관제하게 되고,
PAR 접근 관제 중인 주파수 채널은 PAR 접근 중인 항공기가 타워로 Hand off될 때까지 PAR 접근 관제를 받는 항공기 이외의 항공기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PAR 관제 사용 빈도가 높은 군공항의 경우 Approach나 Arrival 주파수가 민간공항에 비해 많습니다.)
PAR 관제를 위한 레이더 스코프입니다.
수평/수직 정렬을 위해 레이더가 분리되어있듯, 레이더 화면 역시 수평/수직 접근 화면으로 분리되어있는데,
관제사는 이 화면에 표시되는 항공기 위치를 토대로 항공기를 유도하며,
각 화면의 붉은 실선 (정상 경로)에 항공기를 정렬시킴으로써, 마치 항공기가 ILS의 유도에 따라 접근하는 것 처럼 정밀한 정렬 및 접근을 가능케 합니다.
정렬 지시는 정상 경로 (레이더상 붉은 실선)를 기준으로 항공기 위치를 알려주는데,
비행기가 정상 경로의 우측에 있을 경우 Right of course (기수를 왼쪽으로 돌려 정렬),
정상 강하경로의 위쪽에 있을경우 Above glide path (강하율을 올려 정렬)로 지시합니다.
경로에서 왼쪽으로 멀어질 경우에는 Going Left of course (기수를 오른쪽으로 돌려 정렬),
정상 강하경로보다 낮아질 경우 Going below glide path (강하율을 줄이거나 강하 정지)로 지시하며,
정상 강하경로보다 높은 위치에서 정상 강하경로로 다가갈 경우 glide path coming up (강하율을 조금씩 낮춰가며 정렬),
낮은 위치에서 정상 강하경로로 다가가는 경우에는 glide path coming down (경우에 따라 fly level을 지시해 현재 고도를 유지시키는 경우도 있음) 으로 지시합니다.
다만, 특정 위치에 고정적으로 설치된 ILS 설비와 달리, PAR은 야전용으로 개발된 만큼 사용하기 전에 활주로에 맞춰 경로를 정렬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옛날(!) 영화 중, 다이하드2에서 테러리스트들이 공항 고도 설정을 의도적으로 변경하여 악천후 속에서 접근 중인 항공기를 추락시키는 영상이 나오는데,
항공 관련 영화가 아닌지라 고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접근 경로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영상 보러가기 (무자막) ::
PAR 접근시에도 통상적인 활주로 접근 강하 각도와 비슷한 3도 강하각으로 강하하는데, (강하 각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3도 각도로 하강하려면 어느 정도의 하강 속도(FPM / Feet per minute)로 내려가야 하는지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고,
항공기별 퍼포먼스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PAR 접근시에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직접적인 하강 속도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3도 각도를 유지하며 하강할 수 있는 하강 속도는, Jeppesen Chart나 국토부 차트 중 해당 공항 Approach Chart 하단에 접근 속도별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위 영상은 PAR 접근 관제를 받으며 활주로에 접근하는 항공기의 모습입니다.
민항기의 경우, 위 영상처럼 저시정 상태에서 ILS가 설치되지 않거나 ILS 등급이 낮은 공항에 착륙하는 경우 이용하며,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당연히 PAR 장비가 구비된 공항에서만 가능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회항하거나 결항됩니다.
아울러 PAR 결심고도는 통상적인 활주로 접근시 사용하는 결심고도와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PAR 관제 예문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실제 PAR 관제 (...모든 항공관제가 그러하지만요.)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문서에 명시된 것보다 더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지만,
FAA 발행 문서를 통해 제공되는 용어만으로도 그 개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PAR Approaches - TFM Learning ::
Controller : KAWA 2507, Heading 230 descend and maintain 2,000
Pilot : Heading 230, descend and maintain 2,000, KAWA 2507
Controller : KAWA 2507, Contact Gwangju final controller on this frequency
(주파수 변경 없이 다른 접근 관제석의 관제사에게 항공기를 Hand off,
지금부터 KAWA 2507을 제외한 다른 항공기는, KAWA 2507이 타워로 Hand off 될 때 까지 본 주파수로 교신 불가,
공항에 접근중인 다른 항공기는 다른 접근 주파수를 이용해야 함)
Pilot : Contact Gwangju final controller on this frequency, KAWA 2507
Controller : KAWA 2507 Gwangju final controller how do you hear me?
(PAR 관제사가 PAR 관제를 시작하기 전, 상호 라디오 상태 점검)
Pilot : Loud and clear KAWA 2507
Controller : Also Loud and clear, Do not acknowledge further transmissions, this will be a PAR approach runway 22R
(지금부터 관제사의 지시에 readback 할 필요 없음)
Heading 220
(기수 방위를 220도로 수정)
Right of course and holding turn left heading 217
(항공기가 정상 경로로부터 오른쪽에 있으며 (Right of course ), 경로로부터 멀어지거나 가까워지지 않고 그 경로를 유지하고 있음 (holding))
9 miles from touchdown
(항공기가 착륙대로부터 9마일 전방에 있음)
Report field (or Runway) insight
(활주로가 육안으로 확인되면 보고할 것)
Right of course and holding turn left heading 214
Right of course and correcting
(항공기가 정상 경로로부터 오른쪽에 있으니 경로를 수정할 것 (correcting))
8 miles from touchdown
Slightly right of course and correcting
(항공기가 정상 경로로부터 살짝 (slightly) 오른쪽에 있으니 경로를 수정할 것)
heading 214
Approaching glide path, wheels should be down
(항공기가 정상 강하 경로와 가까워짐, 만약 착륙기어를 내리지 않았으면 내릴 것 (wheels should be down))
7 miles from touchdown
Turn right heading 216
(기수를 오른쪽으로 돌려 기수 방위를 216도로 수정)
Slightly right of course and correcting
begin descend
(3도 강하율로 하강 시작, 접근속도(Ground Speed)에 따라 강하율이 달라지며, 속도별 강하율은 Jeppesen Chart에 명시)
6 miles from touchdown
Slightly right of course and correcting
on glide path
(항공기가 정상 강하경로를 따라 하강 중)
heading 216
on glide path
Slightly right of course and correcting slowly
(항공기가 정상 경로로부터 살짝 오른쪽에 있으니 경로를 천천히 (slowly) 수정할 것 (신속히 수정해야하는 경우에는 rapidly로 지시))
on glide path
5 miles from touchdown
Turn left heading 213
on glide path
wind 240 at 10 knots, cleared to land runway 22R
(바람이 240도 방위에서 10노트로 불어옴, 착륙을 허가함)
Turn right heading 215
on glide path
Turn right heading 217
4 miles from touchdown
on course
(항공기가 정상 경로를 따라 접근함)
on glide path
Turn right heading 219
Going slightly left of course
(항공기가 정상 경로로부터 왼쪽으로 조금씩 (slightly) 이동함)
Going slightly above glide path
(항공기가 정상 강하 경로로부터 위쪽으로 조금씩 (slightly) 상승함)
3 miles from touchdown, recheck gear down
(착륙기어가 내려갔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것)
Pilot : Field (or Runway) insight
(PAR 취소요청 아님)
Controller : Roger
Turn left heading 217
on course
on glide path
Turn left heading 215
Going slightly right of course
Pilot : KAWA 2507, proceeds visually
(PAR 접근 취소 (proceeds visually), 지금부터 육안으로 활주로에 정렬 및 접근하며 관제지시에 readback 해야함)
Controller : Roger, proceeds visually
(이후, 항공기가 착륙 하면 Tower로 Hand off / Tower에서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빠져나가면 Ground로 Hand off)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동영상 출처 : 유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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