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습성 폭우까지 내려 여기저기서 피해가 발생되기도 하구요.
피서기간도 끝나고, 해수욕장도 하나 둘 폐장을 앞두고, 이제 일상으로 되돌아가야될 시기지만, 날씨가 이러니 왠지 계속 쉬고싶은 생각 뿐입니다.
...어쨌거나... 저도 공주님 뵈러갔다가 거기서 휴가를 보내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였습니다.
오자마자, 10시간 이상짜리 장거리 비행을 건네주는 운항관리사님.
왠지 노리고 있었던 것 같네요=_=;
이번 비행은, 인천에서 파리 샤를르 드골공항까지 비행하는 KA323편입니다.
정기편에 기종도 변동사항없이 스케줄대로 A340-300이 투입되구요.
인천공항 탑승동 123번 스팟에 주기해있는 비행기로 향합니다.
벌써부터 출발준비가 한창이네요.
뿌연하늘의 인천공항.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만 같은 날씨입니다.
...완전 사우나같은 주기장에 오래있는것도 곤욕이고...
후다닥 외부점검을 마치고 기내로 들어와서 파리까지 비행할 경로를 입력합니다.
오늘 KA323편 인천발 파리행 비행 경로입니다.
오후 1시 50분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목적지인 샤를르 드골공항에는 현지시간 오후 5시 55분 도착할 예정이며,
스케줄상 비행시간은 12시간 5분으로 계획되어있습니다.
뭐 유럽루트가 그렇듯 별 특이사항은 없구요.
(대신 기류가 불안정한 관계로 구름 뚫을 일이 많다고 합니다=_=; )
거리는 4965nm, 항공기가 무거운 관계로 첫 순항고도는 FL300, 그리고 FL340, 380까지 스텝 크라임 할 예정입니다.
브리핑도 끝내고~ 승객 탑승 및 화물 적재완료.
출발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노즈기어에는 토잉카가 붙어있습니다.
조업이 모두 끝났는지, 캐터링 트럭 및 클리닝 트럭들이 철수하구요.
화물도어도 닫습니다.
브릿지 이현.
1시 50분 정시 출발합니다.
...브릿지 이현되자마자 비가 쏟아지네요...=_=;
사용 활주로는 RWY 16.
기수를 서쪽으로 돌리구요.
후방견인 완료.
토잉카 분리되구요~.
엔진 시동~.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엔진 시동 및 플랩전개 등, 출발절차를 마치고 램프아웃하기 위해 지상활주를 시작합니다.
비가 와서일까요?
...유난히도 한산해보이는 탑승동입니다.
연신 와이퍼질 해가며 램프아웃~.
옆으로 한불항공 소속 B744가 지나갑니다.
이륙하는 비행기도 얼마 없어 한산하기도 하고, 금방 이륙할 수 있었습니다.
물에 젖은 활주로...
바람이 측풍 20노트정도인지라, 이륙하면서 상당히 밀릴 것 같네요=_=...
예상대로 롤아웃 하자마자 한쪽으로 확 밀리는 비행기.
이륙을 하기는 했지만, 바람에 기울지 않게 보정하느라 정신없습니다.
안정적으로 상승함을 확인한 후, Gear up.
그러니까... 직진하면 괜찮은데, 우리 항공기는 우선회...하게되지요...
우리 비행기가 지나가야될 곳의 기상레이더 색깔... 참 아름답지요..ㅜ.ㅜ;;
일단 낮게 깔린구름을 뚫고 나왔습니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네요.
그리고 나오자마자 어마어마한 크기의 구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벨트 단단히 조여매구요=_=;
상층부 구름까지 뚫고 나오자, 비로소 구름한점 없는 푸른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난기류 지대를 통과하지는 못했지요=_=;
말 그대로 구름의 바다 위를 비행하고 있습니다.
기류때문에 흔들흔들 하구요.
덕분에 벨트사인을 끄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서해 깊숙히 들어오자 구름이 걷히고 푸른 바다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상태로 중국 영공에 진입~.
이제부터 발트해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땅만 보고가야됩니다~.
(...그전에 시베리아 루트 들어가면 구름때문에 땅이 보일지가 의문이지만요=_=; )
몽골 상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듯, 초원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1라운드.. 시작되었습니다=_=;
Belt Sign on.
A340-300에도 A340-200과 마찬가지로 ECU 리맵핑 된 CFM엔진 4발이 달려있습니다+_+
가냘픈(?) 외형과 다르게, 힘 좋지요~.
왠일인지 구름 한점없는 맑은날씨의 바이칼호 상공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얼마간 구름없는 맑은날씨의 시베리아 상공을 비행하게 되구요.
역시 구름과 난기류 없는 시베리아 루트는 상상할 수 없지요.
비행기 아래로 뇌우를 동반한 구름들이 몰려듭니다.
당연히(?) 상승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흔들거리구요.
...피할 공간 없이 앞을 떡 가로막고 있는 무서운 크기의 구름입니다.
...왠지 저거 뚫었다가는 객실 초토화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말이죠=_=;
어찌어찌 살아나와서 계속 비행하고 있습니다만...
기류가 안좋은건 여전합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해야되려나요.
구름은 별로 없지만, 비행기는 사방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날개가 파닥거리는 모습이 보일정도로 흔들거리고 있습니다=_=...
평소에도 난기류때문에 흔들거리긴 했지만, 오늘은 다른때에 비해 유독 심하네요.
난기류 지대를 통과한 후, 항공기 좌측으로 보이는 반달입니다.
...이 모습만 보면 참 평화로워 보이는데 말이죠.
...아마 지금쯤 객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의 모습일듯 합니다.
이제 우랄산맥쪽 난기류 고비만 넘기면 됩니다.
(...몇시간을 흔들어댔는지 멀미로 인해 기내식 장사도 안되는 분위기입니다.)
우랄산맥을 통과하는 도중 만난 큰 구름들입니다.
사이즈는 크지만 다행히도 기류는 얌전한 편이네요.
구름 사이로 상트페데 부르크 인근에 있는 라도가호가 보입니다.
저녀석이 보인다는건 곧 발트해 상공에 진입한다는 의미죠.
...시베리아 루트를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무서운 구름들의 위협은 계속됩니다.
길었던 러시아 상공에서의 비행을 마치고, 에스토니아 영공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유럽 입성 기념... 구름뚫기 이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
...뚫었다가는 여러모로 힘들어질 것 같아, 에코가 약한쪽으로 기수를 돌리구요=_=;;;
어느새 발트해 상공에 진입하였습니다.
마치 하늘색 같은 푸른 바다색깔입니다.
게다가 아래 새털구름까지 깔려있다보니 마치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런 풍경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눈앞에는 최후의 결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럽이라고 안심했는데... 당했습니다=_=...
이미 FL380으로 비행하고 있고, 구름은 낮게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류가 상당히 심하네요=_=;;;;;
그리고, ND에 표시된 하강지점...
...차라리 이럴때는 후다닥 내려가버리는게 가장 좋을지두요.
하강지점에서 하강을 시작하고, 첫 하강 도달고도인 6000ft까지 내려옵니다.
오늘 드골공항 이착륙 활주로는 RWY 8, 9L/R 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RWY 8R에 착륙을 배정받았구요.
공항 북쪽을 통과해서 남쪽으로 선회한 후 접근하는 경로입니다.
왼쪽으로 공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파이널 구간에 진입하기 위해 선회하구요.
감속하면서 속도에 맞춰 플랩을 내려줍니다.
슬슬 착륙준비 해야지요~.
접근하는 도중, 파리 국제에어쇼 행사장으로 유명한 르 부르제 (Le Bourget) 공항을 지나갑니다.
시정은 꽤 좋은편이라 이미 활주로 식별이 완료되었구요.
Flap은 Full.. Gear Down, Spoiler ARM.
착륙준비도 완료되었습니다.
천천히 활주로를 향해 다가가구요.
드골공항 RWY 8R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입니다.
접근하는 도중, 화물청사 위를 오버패스해서 지나가지요~.
비행기 아래로 왠지 익숙한 항공사의 비행기들이 보이네요~.
그리고 곧이어 접지합니다.
주로 착륙용으로 쓰이는 RWY 8R과 RWY 9L은 활주로 길이가 3000m가 채 못되는 짧은길이로 감속에 신경쓰지 않으면 오버런 할 수 있습니다.
접지하자마자, 스포일러 올리고 리버스 당겨줍니다.
신나게 감속중이구요.
2E 터미널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한불항공의 모습이 보입니다~.
베이스 공항이라서인지, 인천에서는 볼 수 없는 B737이 보이네요.
에어 모리셔스 항공이 접근해온다고 합니다.
후다닥 활주로 비워주구요.
예정대로라면 2E 터미널로 가야되지만, 현재 2E 터미널 스팟이 가득 차있는 상태라 스팟에 여유가 있는 2F터미널로 유도합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RWY 9L로 내릴껄 그랬습니다..ㅜ.ㅜ; )
현재 2E 터미널 상황입니다~.
이쪽 터미널이 활주로랑 가깝다보니 인기가 좋달까요..ㅜ.ㅜ;;;
여하튼, 삐질거리며 2F 터미널 F88번 게이트로 진입합니다.
STOP~ 후 Fuel Cut off.
...분명 저는 A340을 끌고왔는데, B767정지라인에 세우게끔 유도하네요=_=;;;
어쨌거나 도착하였습니다~.
도착은 예정보다 30분 빠른 오후 5시 25분 도착하였구요.
비행시간은 11시간 35분입니다.
이 항공편은, 주기장 재 배정문제로, 일단 이곳에서 연료 및 기내식 보급을 마친 후, 2E터미널로 이동,
약 2시간 30분간의 로테이트 시간을 갖고, 오후 8시 25분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저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하루 쉬었다가 다음날, KA324편을 통해 인천으로 귀환하게 됩니다~.
11시간 35분간의 비행 수고하셨습니다~.
p.s
...어째 한불항공 TP를 설치했는데 나오지도 않고... 스팟도 엄청 부족하고...
뭔가 AFCAD가 잘못됐나.. 하고 봤더니... 드골공항 신버전이 나왔더라구요=_=....
(그동안 구버전 쓰면서 신버전이 나온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ㅜ.ㅜ;; 그 신버전이란것도 2년전에 나왔던데 말이죠..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