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불볓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오늘 (08년 7월 29일)도 예외일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중복 (中伏)이죠.
오전부터 내리쬐기 시작한 뜨거운 햇살은,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괴로울 정도로 아스팔트에서는 열기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한참 더울시간. 오후 2시.
그렇게 저는 시내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 * *
저녁으로 접어들 무렵, 남쪽하늘이 어둑어둑 해지며, 마파람 (남풍)이 불어옵니다.
이윽고 뜨겁게 달궈진 대지를 식혀주려는 듯 한줄기 소나기가 시원스레 쏟아집니다.
그리고...
다시 하늘엔 햇살이 내리쬐고...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미 비가 내린 후여서일까요?
여름이라 하기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도 무척이나 깨끗해서 무작정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갑니다.
무작정 찾아간 곳은, 광주공항 입구.
왠지 확 트인공간에서 하늘을 찍고싶었다고 해야할까요?
이곳은 경전선과 광주선이 합쳐지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저 앞에는 경전선 선로쪽의 동송정 신호장 건물이 보이네요.
아직 동쪽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이미 맑게 개인 서쪽하늘과는 비교되는 모습이었지요.
그리고 경전선 위로는 선명하진 않지만, 흐릿하게 커다른 무지개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생기는 무지개는 비를 부른다고들 하죠?
비가 내리고 난 후의 여름 하늘은, 무척 깨끗해서 마치 가을하늘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높은 구름과 낮은 구름이 한데 어우러진 하늘, 그리고 그 구름들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저녁햇살.
투명하리만큼 짙푸른 쪽빛 하늘은,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왠지 그곳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냅니다.
그때 지나가는 용산발 광주행 KTX 제 511열차.
휴가철이라서일까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열차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KTX가 지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뒤를 따라가는 대전발 광주행 무궁화호 제 1463열차.
저 열차에도 승객들이 많았습니다.
건널목 근처 (부동건널목)로 걸어가니, 안내원분이 반겨주십니다.
처음에는 단지, 사진찍어도 괜찮겠느냐... 정도의 허락을 위한 대화만 주고받았었는데...
요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특히나 안내원분들중 한분은 사진에 관심이 많으셔서, 사진 촬영에 대한 기술 같은 것도 한수 배워오기도 하죠.
안타까운 것은, 안내원분들 중, 가장 젊은 안내원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올해 봄에 다른 직장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그분을 처음 뵈었을때, 한겨울 찬바람이 몰아치는 날이었는데, 추운데 사진찍느라 고생한다며 따뜻한 커피를 주셨었지요.
단순한 인스턴트 커피였지만, 그 추운날 그 따뜻한 커피 한잔은 아직까지 잊을수가 없습니다.
여하튼, 부동건널목에 오면 부담없이 출사를 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일전에는 그 보답으로 이곳에서 찍었던 사진들 중, 잘나온 사진들을 추려 인화해서 전해 드리기도 했었지요.
송정리역 방면 신호기는 경전 본선과, 신호장 대피선 모두 빨간불이 들어와있습니다.
이시간에 적량발 나주행 화물열차가 지나가야하지만, 이미 지연이 많이 된 상태라고 하네요.
저 위쪽은 바람이 세차게 부는지, 구름 움직이는 속도가 빠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름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지금 보니 어느새 하늘의 대부분이 구름에 뒤덮혀 있네요.
그 구름들 뒤로, 지금이 저녁임을 알려주듯,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어갑니다.
하늘에 구름이 많아서일까요?
어제와 같은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은 꽤 어두워졌습니다.
그리고 경전선 하행 마지막열차인 부전발 목포행 무궁화호 제 1953열차를 맞이합니다.
부산의 신선한 공기를 목포까지. 라는 문구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객실은 한산했습니다.
열차 뒤로 보이는 하늘...
구름이 마치 한폭의 그림같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침 하늘을 보니, 양떼구름이 깔려있더라구요. 푸르스름한 빛에 물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고나 할까요?
붉은 하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검붉은 색으로 변해갑니다.
저 앞 건널목에서부터 동송정신호장, 그리고 장암리 입구까지의 논길은 가로등이 없습니다.
때문에 주변도 하늘 색깔만큼이나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저 앞으로 보이는 동송정 신호장의 역 명판과 역 명판 왼쪽에 깔린 낮은 구름 한점.
역 명판에서 뿜어내는 연기처럼 보인다... 라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같은시간 극락강역 방면의 하늘입니다.
왼쪽은 서쪽, 오른쪽은 동쪽입니다.
서쪽 저녁노을이 구름에 반사되어, 구름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있네요.
비 개인 후가 아니라면, 한여름에 쉽사리 보기 힘든 멋진 장면임에 틀림없을겁니다.
시계바늘은 오후 8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구름덕에 오늘은 조금 더 빨리 어두워져버렸네요.
그때마침 오늘 이동네 경전선 마지막 여객열차인 목포발 순천행 무궁화호
제 1974열차가 동송정 신호장을 지나갑니다.
가로등과 주변의 집은 어둠을 쫒기 위해 조명을 밝혀놓았네요.
저 앞에 지나가는 아주머니 두분은, 제가 이곳에 서서 계속 하늘사진을 찍고 있는걸 보셨는지,
이 길을 열심히 걸어다니시며 (걷기 운동... 정도일려나요?) 혼자서 심심하게 있는 저에게
이야기 거리를 건네주십니다.
경전선 마지막 열차까지 보내고,
오늘은 전부터 오고싶었던 시청 뒤 무진로 다리를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무진로는 광천터미널-무안국제공항까지 이어진 도로의 일부 명칭이며
(무진로라는 이름은 아마 하남까지이고 어등산 뒤 톨게이트 뒤부터는 광주-무안공항 고속도로로
명명되어있을 겁니다.)
저 앞 다리 위 조형물에 조명이 들어오는데 그 조명 들어왔을때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마음먹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달까요?
하지만,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조명은 들어오지 않고, 도로 가로등만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사실 에너지 절약차원으로 불필요한 전기소모를 막고있는 듯 했습니다.
특히나 여름은 전기 소모량이 많은 계절이니까요.
왠지 허탈하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와는 다른 무진로 다리의 모습도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시 동네로 돌아온것은 밤 10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습니다.
광주선 운남동 철교는 광로 7호선 공사로 주변 접근이 차단되어있습니다.
지난번까지는 교각을 세우기 위해 콘크리트더미만 만들어놨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교각을 세우려는지
철제 지지대가 세워져있었습니다. 덕분에 길이 완전히 막혀 선로 무단횡단도 힘들어져버렸지요.
어찌어찌 없는길 만들어가며 반대쪽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등 뒤에서 환한 불빛이 비추더니,
용산발 광주행 KTX 515열차가 마지막 역을 향해 지나갑니다.
곡선이 많은 광주선이라서일까요?
선두부 2량이 지나간 후 셔터를 개방, 15초간 열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열차 선두부는 아직 커브를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제 카메라의 셔터속도가 15초 이상까지도 설정이 가능했다면,
후미부의 붉은 등까지도 찍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사진을 찍고, 집으로 가기 위해 짐을 꾸리자, 하늘에서는 다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굵은 빗방울은 아니고, 말 그대로 부슬부슬 내리는 비였지만요.
충동적으로 시작한 출사도 이렇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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