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기승을 부리던 꽃샘추위가 누그러들더니 주말에는 나들이하기 딱 좋을 정도로 날이 포근했습니다.
모처럼 포근한 날씨에,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기차구경을 다녀왔는데,
이번 출사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보기 힘들어질 광주행 KTX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기 위해 이틀에 걸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출사 장소는 예전부터 즐겨찾던 극락강역 인근 포인트로 결정하였구요.
이번 출사는, 극락강역에서 이루어지는 KTX 산천간 교행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먼저 광주(15:45)발 용산(18:50)행 KTX 산천 612열차가 교행을 위해 극락강역 부본선으로 들어갑니다.
이날 612열차는 KTX 산천 10호기가 투입되었구요.
부본선에 진입한 후 장내 신호기 앞에 정지한 KTX 산천 612열차.
KTX 산천이 들어오기 전, 극락강역 플랫폼을 보니 누군가가 KTX 산천간 교행 모습을 담기 위해 삼각대를 설치하는 모습이 보이던데,
아마 곧있으면 볼 수 없는 KTX간 교행 모습을 담기 위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612열차가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용산(13:05)발 광주(16:02)행 KTX 산천 623 주말열차 (06호기)가 지나갑니다.
광주역과 이어진 광주선은 광주공항 인근에서 경전선과 분기하는 단선 철도로,
단선철도이긴 하지만 광주의 중심역인 광주역을 시종착역으로 하는 열차들이 운행하는 주요 선로입니다.
고속열차가 단선철도를 운행하는 모습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일인데,
고속열차가 단선철도를 운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선로 중간에 위치한 역에서 교행까지 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든 귀한 모습인지라,
KTX가 운행을 시작한 이래 극락강역에서 KTX와 KTX 혹은 KTX와 일반열차간 교행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극락강역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이전까지는 광주에 살면서도 아는 사람들만 알고있던 조그마한 간이역인 극락강역이 상당히 유명해지기도 했구요.)
KTX 산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20량 짜리 KTX끼리 교행하기도 했는데,
관계자분들도 극락강역 장내 선로가 KTX 20량 길이와 맞아 떨어져 교행이 가능하다는걸 알고 상당히 놀랐다고 합니다.
지금은 KTX 산천이 주로 투입되는 탓에 20량 짜리 KTX간 교행을 볼 수 없는지라, 20량 짜리 KTX끼리 교행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그나마 보아오던 KTX 산천끼리 교행하는 모습도 이제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고 모든 KTX가 광주송정역으로 진입하는 4월 2일 이후로는 볼 수 없게 되구요.
교행이 끝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광주(16:35)발 용산(20:40)행 ITX 새마을 1144열차가 지나갑니다.
1144열차에 ITX 새마을 04호기가 투입되었구요.
작년 5월부로 새마을호를 대체해 운행을 시작한 ITX 새마을은,
KTX가 운행을 시작한 후의 새마을호와 마찬가지로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 아마 요금은 비싼 반면 정차역은 무궁화호 수준으로 많아서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KTX가 고속선을 달리는 고속열차라면, ITX 새마을은 기존선로를 달리는 특급열차인데,
이에 걸맞게 정차역 수를 조정하고 종착역간 소요 시간을 단축한다면 분명 예전 새마을호의 인기를 다시 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되면, 굳이 일반선에 KTX를 투입하지 않아도 될테구요.
ITX 새마을 뒤를 따라 7468호 단행 디젤기관차 하나가 광주송정역 방면으로 지나갑니다.
대부분의 주요 간선 철도가 전철화된 이후, 전철화된 선로를 운행하는 여객열차 중 첫차와 막차를 제외한 대부분은 전기기관차가 투입되는 탓에,
요즘은 화물열차가 아닌이상 디젤기관차를 보는게 제법 힘들어졌습니다.
물론 기차 통행량이 많은 경부선이나 익산 이북 호남선 등지에서는 아직도 자주 보이는 듯 싶지만요.
디젤기관차가 북송정 삼각선을 빠져나갔는지, 이번에는 행신(13:35)발 광주(17:06)행 KTX 609열차 (12호기)가 광주역을 향해 달려갑니다.
KTX 산천이 짜리몽땅한데다 둥글둥글해 귀여운 맛이 있다면, KTX는 길쭉한 차체에 날렵한 외관을 가지고 있어 딱 봐도 잘 달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 경우, KTX 산천보단 이녀석을 더 자주 이용해왔던지라, 기존 KTX가 더 정감있고 좋더라구요.
광주역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광주(17:25)발 용산(20:27)행 KTX 624 주말열차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조금 전 극락강역에서 교행했던 06편성이 그대로 내려왔구요.
조금 전에는 KTX 산천과 교행했다면, 이번에는 ITX 새마을과 교행하기 위해 부본선으로 대피합니다.
옅은 안개낀 극락강역 장내 선로에 서서 ITX 새마을을 기다리는 KTX 산천.
국내 최고등급인 고속열차가 일반열차를 기다려주는 모습은, 이 곳 광주선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극락강역에서 KTX의 교행은 주중에는 한 번, 주말에는 세 번 이루어지는데,
아침에는 KTX 산천과 무궁화호(주중/주말), 오후에는 KTX 산천끼리(주말), 그리고 KTX 산천과 ITX 새마을이(주말) 교행합니다.
이번 출사에서는 그 교행 중 오후에 이루어지는 교행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았구요.
KTX 산천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TX 새마을이 본선을 통과합니다.
교행하는 열차는 용산(13:40)발 광주(17:42)행 ITX 새마을 1143열차구요.
저녁무렵인지라 거의 직광(!) 수준의 역광 상태에서 찍다보니, 큼지막한 후드도 소용이 없네요..ㅜㅜ;;;
사진 오른쪽으로 길다란 줄이 그어져버렸습니다...ㅜㅜ;;
극락강역 장내를 빠져나가는 ITX 새마을 후미부를 패닝으로 잡아보았는데, 무정차 통과다보니 통과 속도가 제법 빨라 배경 흐름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1143열차로 ITX 새마을 01호기가 투입되었구요.
KTX나 KTX 산천, 전기기관차들은 운전실 창문에 코팅이 되어있어 운전실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데,
ITX새마을은 코팅이 되어있지 않은지 운전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그로 인해 차장님 모습이 선명하게(...)찍히는 바람에 운전실 쪽을 모자이크 처리해야 했습니다..ㅜㅜ;
KTX 산천과 ITX 새마을의 교행이 끝나고 다시 조용해진 극락강역.
선로 주변 여기저기 뻗어있는 갈대들이 바람에 하늘거립니다.
교행 모습을 찍은 포인트에도 갈대들이 꽤나 몰려 있는데, 이녀석들은 다년생 식물이다보니 해가 가면 갈수록 길이가 길어지는게,
예전에는 포인트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찍을 수 있었던 반면, 지금은 길이가 너무 길어져 삼각대를 세울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ㅜㅜ;
(따지고 보면 이녀석들은 갈대가 아니라 억새이고, 억새는 길어봐야 2m 정도가 한계인걸로 알고 있는데, 포인트에 서식중인 녀석들은 유난히도 길어 보입니다=_=)
온몸으로(!) 봄바람을 맞으며 포인트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때 쯤, 용산(13:55)발 광주(18:08)행 무궁화호 1425열차가 지나갑니다.
1425열차는 8276호 전기기관차가 견인했구요.
이녀석은 한때 서울에서 내려올 때 자주 이용했던 열차로, 극락강역에 정차하는 몇 안되는 호남선 열차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디젤기관차가 끌고다녔는데, 지금은 전기기관차가 끌고다니구요.
그러고보니 극락강역에 17시 59분 정차인데, 약 15분 가량 지연된 18시 15분 정도에 도착하더랍니다.
18시 15분이면 광주발 인천공항행 KTX가 출발할 시간인지라, 극락강역에서 교행시킬줄 알았더니, 교행하지 않고 그대로 출발시킵니다.
무궁화호가 광주역에 도착했는지, 이번에는 광주(18:15)발 인천공항(22:22)행 KTX 614열차가 지나갑니다.
아까 광주역으로 들어갔던 KTX 12호기가 다시 돌아 나왔구요.
낮에는 커브 구간을 돌고있는 모습을, 지금은 직선구간을 달리는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385m나 되는 차체가 쭉 뻗어있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길어보입니다.
이녀석까지 찍고 이날 출사를 마쳤습니다.
* * *
그리고 다음날...
다음날은 날이 더 따뜻해 모처럼 북송정 삼각선 쪽에서 KTX를 잡을까... 했는데, 날이 너무 따뜻한 나머지 몸이 나른해짐과 동시에 귀차니즘이 급상승하는 바람에,
결국 전날과 마찬가지로 극락강역 인근 포인트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날 출사는 전날 잡았던 열차 중, 광주발 용산행 ITX 새마을 1144열차 (01호기)부터 시작합니다.
종종 나와 사진 한두장씩 찍고 들어가는 운남대교 포인트에서 잡아보았구요.
다리 건너편에서 행신발 광주행 KTX 614열차가 운남철교 위를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39호기가 투입되었습니다.
편성 대부분이 다리를 지나가고 이제 마지막 차량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20량 짜리 KTX에는 영화객차가 편성되어있었지요?
영화객차를 볼 때 마다 객차 위에 무슨 글씨가 적혀있길래 뭐다냐... 했더니만, 롯데시네마 글씨였네요.
영화객차에서 상영하는 영상을 롯데시네마에서 받아오나봅니다.
그러고보니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광주송정에서 용산까지 약 90분 정도면 갈텐데,
이렇게 되면 재생시간이 긴 영화의 경우 영화를 보는 도중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마 주행시간이 짧다고 영화 상영 안하려나요=_=...
KTX가 지나가고, 극락강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7512호 단행 디젤기관차가 광주송정역 방면으로 지나갑니다.
저녀석은... 기차타고 익산역을 지나갈 때마다 익산역 검수선 쪽에 세워져있던데, 이날은 무슨일인지 광주까지 내려왔네요.
7500호대 디젤기관차는 견인력이 좋은 대신 최고속도가 낮아 주로 화물용으로 사용 중에 있고,
7500호대 디젤기관차에 한해 도색을 저런식으로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 도입한 7600호대 신형 디젤기관차 (화물용)와 색깔을 맞추려고 일부러 저런걸려나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일반도색 7500호대 디젤기관차가 거의 남지 않아, 이녀석보다 오히려 일반도색 7500호대를 보는게 더 힘들다고 하던데,
저는 빨간도색 기관차를 거의 못봐서 그런지 이녀석이 레어급 특별도색(!)인줄 알고 좋아했습니다..ㅜㅜ;;;
(하긴 화물 수송량이 적은 이동네에서 7500호대 디젤기관차를 보는게 쉽지는 않으니까요=_=)
빨간색 디젤기관차를 보내고, KTX 산천과 ITX 새마을간의 교행을 잡기 위해 어제 갔었던 포인트로 왔습니다.
어제는 햇빛이 쨍한 탓에 역광이 심했던 반면, 다음날은 햇빛이 비치긴 하지만 구름이 많아 전날에 비해 한결 차분한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교행 순간 함께 찍힌 빛내림 현상 때문에 사진을 망친게 아쉽기도 했구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용산행 KTX 624 주말열차 (13호기)가 먼저 도착해 부본선에서 ITX 새마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잠시 후 광주행 ITX 새마을 1143열차 (04호기)와 교행합니다.
KTX 산천과 ITX 새마을의 교행이 끝나고 다음 열차는 광주행 무궁화호인데, 저녁이 되자 날이 제법 흐려져 어제처럼 저녁까지 찍기는 힘들 듯 싶고...
슬슬 출사를 마치려는 찰나 저 멀리서 뭔가가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밝히고 오던데, 라이트 위치를 보니 꼭 RDC 무궁화호 같아서 저녀석만 잡고 가야지 했더니만, ...이렇게 생긴게 출몰했습니다.
8500호대 신형 전기기관차 입니다.
뒤에는 무궁화호 객차에 발전차까지 편성되어있어, 얼핏보면 현재 영업중인 무궁화호로 오인할만한 비주얼이네요.
어디서 오길래 이동네에서는 보기 힘든 8500호대 전기기관차가 투입된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좋은 구경 하게 되었네요.
이녀석은 8539호 신형 전기기관차로, 기존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대체하고 8200호대 전기기관차의 문제를 개선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8200호대 전기기관차가 가볍고 속도도 빠르지만, 축이 적어 견인력이 낮은 탓에 산악 지형에서 바퀴가 헛도는 공전현상이 발생하는지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을 추가하고 출력을 올리는 등 우리나라 산악 지형에 맞는 화물용 전기기관차를 만들게 됩니다.
(8200호대 전기기관차의 바퀴가 2x2방식이라면, 8500호대 전기기관차는 3x3방식으로 일반 특대형 디젤기관차 바퀴 수와 동일합니다.)
물론 화물용 기관차인 만큼, 8200호대 전기기관차와 달리 객차 전원 공급장치인 HEP (Head Electric Power)가 장착되어있지 않고,
간혹 여객열차를 견인 할 때에는 디젤기관차 처럼 발전차를 편성하여 운행하기도 합니다.
이녀석까지 찍고 출사를 끝낼랬는데, 문득 호남선이 보고 싶어 하남역 쪽으로 가보았습니다.
극락강역에서 하남역까지 기차로 가려면 송정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해서 한참 걸리지만, 차량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하면 10분 정도면 가니까요.
월곡동 광주여대 인근 호남선 선로에서 북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지금은 호남고속철도 관련 공사가 모두 끝난 상태인데, 그 덕에 그동안 아기자기(?)하던 호남선이 위 사진 처럼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바껴버렸습니다.
광주송정-하남 구간은 총 다섯개 선로가 놓여있는데,
위 사진을 기준으로 왼쪽부터
호남고속 상행, 호남고속 하행, 호남고속철도 광주차량기지 입출고선, 호남 상행, 호남 하행 순서입니다.
사진 위쪽으로 조명타워가 설치되어있고 공간이 넓어지는 지역이 호남고속철도 광주차량기지구요.
(차량기지와 더불어 호남 하행선 쪽으로 컨테이너 적재를 위한 화차 유치선이 마련되어있어 규모가 커 보입니다.)
선로가 많은데다 열차들이 고속으로 달리는 지점인 만큼, 외부인의 선로 진입 및 열차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선로 주변에 외부인 차단 시설 및 방음벽을 세워놓았습니다.
광주지방 경찰청 인근 호남선 선로에서 남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호남 하행, 호남 상행, 기지입출고선, 호남고속 하행, 호남고속 상행)
이곳에서 북송정 삼각선으로 분기되는데, 북송정 삼각선 전철기가 호남 본선쪽에만 설치되어있어, 사실상 호남고속선에서는 광주역으로 갈 수 없습니다.
(호남 하행선 선로를 따라 쭉 가다가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선로가 북송정 삼각선입니다.)
만약 북송정 삼각선 전철기가 호남고속 상행선까지 연결되었더라면,
20량 짜리 KTX라도 지나가는 날에는 KTX가 선로 다섯개를 건너가는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출사 포인트의 경우,
전까지는 선로 위를 지나는 고가도로 난간에 설치된 철조망의 틈이 넓어 사진찍는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무척 촘촘한 철조망으로 교체되었고,
그때문에 철조망이 설치되지 않은 교량 보수용 사다리 출입구 쪽에서 찍어야 하는지라, 시점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철조망이 설치되지 않은 공간의 폭도 그리 넓은 편은 아닌지라, 촬영각도를 고려하면 두명 이상이 동시에 사진을 찍는건 힘들구요.
(광주여대 인근의 경우 남쪽을, 광주지방 경찰청 인근의 경우 북쪽을 보고 찍은 사진이 없는데... 해당 방향은 가리는게 많아 찍어도 제대로 안나옵니다...)
이 아래쪽은 한때 호남선 출사 때 마다 즐겨찾던 패닝 포인트(!)인데, 지금은 방음벽이 설치되어 호남 본선쪽 기차는 거의 보이지 않고,
선로 옆으로 도로 공사가 한창이라 한때 즐겨 찾던 패닝포인트는 이제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비단, 여기만 이런게 아니고 그간 즐겨찾던 호남선 포인트들이 다 이모양입니다=_=...
선로 옆은 방음벽 때문에 가려서 안보이고, 고가도로나 육교 포인트는 촘촘한 철조망이 방해하구요.
북송정 삼각선 포인트도 렌즈 구경이 큰 카메라는 안되고, 휴대폰 카메라나 렌즈 구경이 작은 컴팩트 디카로 찍어야 철조망의 방해 없이 찍을 수 있습니다.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된 후 호남선 KTX 사진을 찍고 싶으면 그냥 기차역으로 가는게 정신건강에 좋을듯 합니다.
이 아래 사진부터는 이미 해가 저문 뒤라 셔터속도가 나오지도 않고 이 장소에서는 패닝샷이 불가능해, 기차들이 다들 블러 상태로 찍혔습니다...
포인트라 하기도 뭐한 이곳에서 완전 낯선 모습으로 바뀌어버린 호남선을 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뭔가가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아까 낮에 보았던 빨간색 디젤기관차가 뒤에 뭔가를 주렁주렁 매달고 올라가는 중이네요.
뒤에 달려있는 화차를 보니, 아마 나주역 인근의 LG화학 공장에 다녀온 모양입니다.
간혹 보면, 제동력 향상을 위해 기관차 뒤에 빈 화차 등을 한두개 달고가는 경우가 있던데,
이녀석도 끌고가는 화물 무게가 상당히 무거운지 빈 화차를 하나 붙여놓았습니다.
화물열차가 지나가고 잠시 후, 호남고속 하행선에 뭔가 낯선 물체(!)가 휭 지나갑니다.
이녀석은 예전에 종종 출몰했던 HSR-350X (High Speed Rail - 350km/h eXperiment /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통 안보이는 빨간색 고속열차...)의 후속모델로,
이름은 해무 (Highspeed Electric Multiple Unit - 430km/h eXperiment) 입니다.
해무는 Highspeed Electric Multiple Unit의 약어인 HEMU의 우리식 발음이자, 바다안개인 해무(海霧), 빠르게 달린다는 해무(韰騖)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녀석의 약식명칭인 HEMU 430X에서도 알 수 있듯, 아직 시제차량임과 동시에 최고 주행속도가 430km/h인 고속열차로, (상용속도 약 350km/h)
그동안은 경부고속선에서 시운전을 했었는데, 호남고속철도 공사 이후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틈을 타 호남고속선에서 시운전 중이라 합니다.
(그때문에 요즘 광주송정역에 가면 이녀석이 서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외형면에서 보면 본 사진은 블러가 생긴데다 망원렌즈 특성상 배경이 압축된 탓에 길쭉한 노즈가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옆에서 보면 날렵한 모습과 더불어, 전투기 캐노피를 연상케 하는 윈드실드가 인상적이고,
기술적인 면으로 보면 기존 KTX들은 동력 집중식이지만 이녀석은 동력 분산식 차량인데다,
팬터그래프에 장착된 에어포일과 스포일러는 고속주행시 팬터그래프의 높이를 알맞게 조절해 마찰에 의한 장비 파손을 방지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되어있어 이녀석이 상용화된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듯 한데...
일단 우리나라 고속선 상태가 쪼~끔 미묘해 300km/h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 구간이 얼마 되지 않고,
HSR-350X며 TTX등의 시제차와 마찬가지로 상용화되지 못한 채 폐차되거나 용도 외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이녀석의 상용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싶습니다.
(요즘 HSR-350X가 안보이긴 하지만, 이녀석을 베이스로 만든게 KTX 산천입니다.)
해무가 지나간 이후 용산(15:50)발 광주(18:50)행 KTX 산천 611열차가 지나갑니다.
동력차는 북송정 삼각선에 진입한 상태구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는 4월 2일 부터는 이 모습도 볼 수 없게 됩니다.
조금 전에 호남고속 하행선을 타고 광주송정역으로 내려갔던 해무가, 이번에는 호남고속철도 광주차량기지 입출고선을 타고 차량기지로 들어갑니다.
차량기지 입고열차라서인지 지나가는 속도가 느린편이었구요.
처음 보는 녀석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어두워 선명하게 잡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지만, 다음에 선명한 모습으로 다시 잡을 기회가 있겠지요.
해무가 입고되는 모습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니, 가로등에 불이 켜질 정도로 많이 어두워진 상태였습니다.
잠시 후 목포행 무궁화호가 내려올 차례지만, 이미 주변이 어두워진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는 기차를 잡는건 의미가 없어 이쯤 출사를 마치고 철수 하였습니다.
원래는 광주선 일대를 달리는 KTX를 사진으로 남겨보기 위해 출사를 시작한건데, 어찌 하다보니 결국 호남선에서 출사를 마무리 하게 되네요.
비록 계획이 살짝 틀어지긴 했지만, 덕분에 한적한 분위기의 광주선과, 뭔가 복잡한 느낌의 호남선을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구요.
(그간 뉴스에서나 봐오던 해무도 직접 보구요.)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호남고속철도 정차역과 고속선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입니다.
본문 중에서도 이야기 했 듯,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이제 더이상 광주선에서 KTX를 볼 수 없게 될텐데,
고속열차라면 시원스레 뚫린 전용선을 달리는 것이 맞겠지만,
2004년 KTX 운행 시작일 부터 지금껏 봐오던 광주선을 달리는 KTX의 모습을 이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아쉽습니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4월 2일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 한장이 됐든 두장이 됐든,
틈 나는대로 광주선을 달리는 KTX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볼까 합니다.
부족한 글/사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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