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 고기다리던(!) Microsoft Flight Simulator (FS2020 / 이하 MSFS)가 지난 8월 18일에 출시되었습니다.
작년부터 일부 신청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테크 알파 테스트 소식과 간간이 공개되는 스크린샷 그리고 동영상은
새로운 민간 항공 비행 시뮬레이션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큰 기대를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서드파티 애드온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위성사진 기반 지상 텍스쳐를 이제는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에 머물지 않고 바닥에 깔린 위성사진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나무나 건물 등 적절한 오브젝트까지 배치해줌으로써
더욱 사실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비행 환경을 구현해냈습니다.
MSFS는 MS Store와 스팀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제 경우 출시 당일에 스팀에서 스탠다드 에디션을 구매하였고
설치와 더불어 기본적인 세팅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비행을 하며 새로운 MSFS는 과연 어떤 느낌인지를 확인해보았습니다.
MSFS의 첫 느낌은 이미 테크 알파 당시 공개된 다양한 스크린샷이나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FS2000을 시작으로 기존 MSFS의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Prepar3D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프로그램만 사용하다
완전히 새롭게 바뀐 인터페이스를 건드리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랍니다.
특히, 많은 분이 어렵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조이스틱 키 바인딩 작업인데,
이 부분은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인 DCS와 비슷해 (따지고 보면 MSFS가 더 쉽습니다) 제 경우 키를 바인딩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비행을 시작하는 과정은 기존의 MSFS나 Prepar3D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의 MSFS보다 더 직관적이고 편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비행을 시작하면 그동안 스크린샷이나 영상을 통해 봐왔던 미려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뭔가 인위적이면서도 사실적인듯한 풍경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날씨 표현이나 구름, 빛 효과 그리고 도시의 야경은 그야말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지기도 하구요.
게다가, 위성사진을 베이스로 그 위에 인공지능이 건물이나 나무 등의 오브젝트를 적절하게 올려주다 보니
기존의 MSFS나 Prepar3D 때와 달리 항행장비를 참조하지 않고 오로지 지형지물만 참조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하지만, 미려한 그래픽과는 반대로 비행 시뮬레이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비행모델 (Flight Dynamics)은 생각 외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픽 외에는 내세울 만한 게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컨트롤러의 민감도 (Sensitive)를 조정해보았으나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고
특히 러더의 경우 너무 민감하게 움직이는 탓에 측풍 상황에서 정확한 값을 입력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단지 민감함의 문제로 끝나면 좋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항공기의 움직임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게
마치 GTA나 에이스컴뱃 같은 아케이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비행 도중 원하는 공항과 비행기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 (이건 DCS도 마찬가지), 리플레이 기능의 부재,
브레이크나 시간 배속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알림 메시지가 전무하다는 점, 항공기 출입문 제어 불가능, 항공기 서스펜션 효과 미구현,
그래픽에 비해 낮은 퀄리티의 이펙트, 완전히 새로워진 단축키, 너무 높은 시스템 요구사양, 애매한 오토파일럿 로직 등의 문제가 있는데,
이러한 문제로 인해 기존에 즐기던 시뮬레이션으로 복귀하거나 환불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는 듯 합니다.
단, 출시 초반에 이슈가 되었던 콘텐츠 미제공 문제는 이튿날 해결되었습니다.
출시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FS2020이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니 호불호가 갈릴 게 눈에 선하더랍니다.
(출시일이 발표될 당시, 일각에서는 아직 미완성 상태인데 너무 일찍 출시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Prepar3D의 인터페이스, DCS의 비행 역학, MSFS의 그래픽을 한데 묶었더라면 현존 최고의 비행 시뮬레이션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텐데,
비행 시뮬레이션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허들을 너무 낮춘 나머지
단지 그래픽만 좋은 아케이드 성향이 짙은 게임으로 만들어진 MSFS에 실망감과 아쉬움을 느낍니다.
저에게 MSFS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신다면 전체적인 면에서 봤을 때 불호 쪽에 가깝겠지만,
한편으로, 빼어난 그래픽과 위성사진 그리고 인공지능이 올린 오브젝트가 어우러진, 경치 구경에 최적화된 환경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비행 특성은 무시하고 말 그대로 가볍게 관광 비행 위주로 운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좋은 부분보다 아쉬운 부분이 많은 MSFS지만 일단, 출시 직후이기도 하고 개발사에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다듬어나갈 계획이라 하니
(비행 특성이 얼마나 더 정교해지고 오류가 얼마나 잡히며 얼마나 더 최적화 될지는 모르겠으나...)
당분간은 세계의 명소를 둘러보며 다양한 부분이 개선되어주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 * *
뱀 발
* * *
위 영상은 Xcub으로 담양 비행장에 착륙하는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추력 좋은 전투기로도 하기 힘든 루프 기동을 세스나 152가 완벽하게 해내는 끝내주는(!) 비행 물리 모델.
(오프로드 상에서 활주하는데 부양 속도를 훨씬 초과했음에도 바퀴가 멀쩡하고 민감한 러더 반응은 덤입니다~)
참고로, 비행모델(물리특성 / Flight Model)은 Modern, 조종 난이도(Assistance)는 하드(Hard / True to life)모드입니다.
비행 물리 모델이 저러다 보니 너무 실망한 나머지 환불했는데, 주위에서 떼빙(!)하자고 꼬시는 바람에 다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ㅜㅜ;;;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경치 구경은 MSFS, 비행 손맛은 DCS, 복잡한 비행 절차는 Prepar3D로 즐기는 게 최선인듯 합니다.
(...단축키가 다 달라서 할 때마다 헷깔리네요=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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