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서운 찬바람에 옷깃을 더 단단히 여미게 만드는 겨울이 돌아왔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주변에서는 감기걸리신 분들이 많으신데 건강하신지요.
마지막 일지를 쓴 이후, 근 한달여만에 다시 일지로 찾아뵙는 유이군입니다.
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전날 밤으로
남부지방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부터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눈이 온다고 합니다.
(...이왕 오는김에 한 1미터만 오면 좋겠습니다+_+)
뭐 눈이오나 비가오나 크리스마스나 뭐시기나... 저에게 있어서는 평범한 일상의 연속인고로 큰 감흥은 없습니다만,
거리의 모습을 보면, 성탄절과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게 이제 곧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아오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각설하고, 간만에 일지를 써보았습니다~.
뭐 특별히 스토리가 있는 일지는 아니고, 여느때와 다름없는, 내키는대로 비행하기(!) 모드구요.
이번 비행은 오랜만에 홍콩을 목적지로 잡아보았습니다.
아직은 이른 아침.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인지, 유도로며 활주로에 불이 들어와있습니다.
오늘 인천을 출발해 홍콩까지 끌고갈 비행기는 인천공항 탑승동A 117번 스팟에 주기되어있구요.
기종은 얼마전에 merge 안정화 작업을 다시한 B777, 그중에서도 B777-300ER 입니다.
이른아침이라 그런지 공항도 한산하고, 이제 곧 출발할 항공기들 주변을 열심히 돌아다니는 조업차량만이 인천공항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겨울의 주기장은 상상이상으로 춥지요.
...일단 영하 10도...의 날씨에 강풍이 몰아치는(!) 주기장에 나와 외부점검을 하려니 벌써부터 아찔해집니다.
...그런다고 생략할수도 없고...
삐질거리며 앞바퀴부터 외부점검을 시작합니다.
홍콩까지 열심히 돌아줄(!) 엔진도 체크~.
주날개와 꼬리날개 등등도 체크해줍니다.
벌써부터 APU를 돌리고 있는지, APU 에어 덕트가 열려있네요.
한바퀴 비~잉 돌아 반대편으로 넘어갑니다.
오물수거차량이 조업을 끝내고 철수중입니다.
반대편 역시 엔진, 날개 등을 체크해주구요.
좌측 메인기어들도 살펴줍니다.
비행기구경 외부점검 완료~.
아무리봐도 미끄럼틀로 보이는 계단(!)을 올라 기내로 들어갑니다.
왠지 없어야할 비행기가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건, 순전 날씨(!)탓입니다.
조종실로 들어왔습니다.
조종실 내부가 왠지 그럴듯 해보입니다+_+
(..생긴것만 그럴듯 하고, 실제로는 게이지가 서로 달라 움직이지 않지만요ㅜㅜ)
외부점검하느라 꽁꽁 언 몸을 녹이고 홍콩까지 비행할 경로를 입력해야겠습니다~.
운항실에서 무선으로 날려준 항로가 FMC에 입력되었습니다.
KAWA는 ATR을 제외한 모든 기체에 원격입력이 가능하답니다+_+.
(덕분에 초장거리 3종세트 노선을 피할 수 없게 되었죠+_+)
입력해준 루트와, 비행기로 오기 전 뽑아온 항로가 서로 일치하는지 항로를 점검해주구요.
항로 점검 후, MCP도 세팅해줍니다.
금일 인천에서 홍콩까지 비행할 경로입니다.
우리 항공기는, 오전 8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목적지인 홍콩 국제공항에는 현지시간으로 오전 11시 15분 도착할 예정인 KAWA 513편으로
비행시간은 3시간 45분, 순항고도는 FL380으로 계획되어있습니다.
금일 인천공항 활주로는 33L/R, 34번을 사용하며, 저희항공기는 RWY 33L을 배정받은 상태입니다.
비행중 항로 전반적으로 기류가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측풍의 강도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연료 소모율에 신경써야 하겠구요.
목적지인 홍콩 국제공항은 현재 접근로 상에 시정이 좋지 못하다는 연락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다행히 결항 수준은 아니지만, 접근시 주의해야할 듯 합니다.
브리핑을 마치고, 커피를 홀짝거리며 조종실에서 뒹굴거립니다.
슬쩍 비행기 옆을 보니 온통 고등어 밭(!)이로군요~.
(저 뒤쪽으로는 A330도 있고 B764가 섞여있지만요~.)
뒹굴거리다보니 어느새 출발시간이 다 되었나봅니다.
캐터링 트럭은 어느새인가 다 철수했고, 노즈기어에는 토잉카가 붙어있습니다.
보딩 완료.
브릿지 이현하구요.
토잉카를 제외한 다른 조업차량들도 철수합니다.
후방견인을 시작합니다.
RWY 33L로 이동하는지라, 기수를 동쪽으로 돌려주구요.
후방견인 하는동안 엔진을 돌려도 좋다는 연락을 받고, 2번 엔진 부터 시동합니다.
후방견인 완료.
입환기 분리됩니다.
1번 엔진을 발동시키고 있는데, 앞에 뭔가가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저희네 B737-800WL이로군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날아온 KA532편 입니다.
바로 앞까지 들이댄다 싶더니, 115번 스팟으로 쏙 들어갑니다.
모든엔진 시동 완료~.
플랩 15도 셋, 오토브레이크 RTO, APU OFF, PASS Sign on
Engine Stabilize. 출항준비 완료~.
다녀오겠습니다 >_<
TWY R2를 통해 탑승동 램프를 빠져나갑니다.
RWY 33L까지, TWY R2, R7, A7, B, G 를 통해 이동하게 되구요.
왠지 한가해보이는 메인 터미널 동편 인근을 지나갑니다.
트래픽도 별로 없고, 바로 RWY 33L에 라인업 합니다.
블루링크 B764랑 MD11이 활주로를 건너가고 있다며, Line up and Hold 지시가 떨어졌구요.
Runway Clear~.
이륙허가가 떨어지고, 바로 파워넣고 가속합니다~.
Rotate~.
연료 적재율이 낮아서 그런지 금방 떠오릅니다~.
Gear up.
출발절차인 SOT 1B에 의거, 좌 선회중입니다.
항적도 널널하겠다 쭉쭉 올라가는 중입니다=_=;;;
이륙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1만 피트를 넘어갔습니다=_=;
Landing Light off, 오토파일럿 전환 및 IAS 315로 가속합니다.
한바퀴 돌아서 이제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항공기 좌측편으로 영종도 일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서해바다를 잠깐 비행하다가 다시 내륙으로 들어오구요.
SOT vor에서 B576항로에 진입합니다.
ENTEL fix를 살짝 지난 지점에서 순항고도인 FL380에 도달하였습니다.
비행기가 영 흔들흔들한게 불안불안해서 아직 벨트사인은 켜놓은 상태입니다.
눈덮힌 광주 시가지 상공을 지나가는 중입니다~.
측풍 148노트...
덕분에 PFD의 FPV Simbol이 아예 한쪽에 박혀있습니다=_=
내륙지방을 빠져나와 어느새 해남/완도 일대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제주도만 지나가면~ 도착할 때 까지 바다 상공을 비행하게 됩니다.
뭐.... 지나가다가 옆에 대만 서부지역이 보이기는 하겠지만요=_=;
남해바다로 빠져나오자 구름들이 꽤나 많아졌습니다.
일단 비행기를 위협할만한 구름들은 보이지 않구요.
곧이어 제주 시가지 상공을 지나갑니다.
우측 주 날개 위로 제주공항도 보이구요~.
그리고 순식간에(!) 제주도를 통과, 남해바다 상공에 진입합니다.
이제 도착할 때 까지 바다만 보고가는 루트구요=_=;
관제소와 교신도 뜸하고~ 잠시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 끓여먹으러 조종석 뒤로 넘어왔습니다+_+
(우측 상단의 4x Speed에 신경쓰시면 지는겁니다=_=; )
가는동안 틈틈히 연료량도 체크해주구요~.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구름들이 점점 줄어듭니다....만...
기체는 여전히 흔들흔들 합니다.
인천 관제공역에서 오키나와 관제공역으로 이양됩니다~.
한동안 뜸했던 구름도, 대만이 가까워지자 다시 많아집니다.
구름 사이로 대만 일대가 보입니다~.
대만 서부 해안과 점점 멀어져 가구요.
저 앞에서 서쪽으로 선회하면, 바로 홍콩 관제공역에 진입하게 됩니다.
육지와 멀어지자 다시 구름이 사라집니다=_=;
구름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는 이런걸 보고 하는 말인듯 합니다~.
(...하지만 현재 외기온도는 영하 24도...=_=...)
순항 중,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더랍니다.
슬슬 그믐달이 되어가는 달의 모습이구요.
L1 항로를 빠져나가 A1항로로 진입합니다.
저 앞에 하강지점이 표시되어있네요.
이제 목적지에 다 와가는 듯 합니다.
서너시간 정도의 짧은(!) 구간이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볼거리 없는 대양 루트는 심심하기 그지없습니다.
평소같으면 사방을 뒤덮고 있을 구름들도 보이지 않구요.
슬슬 하강지점이 다가옴에 따라, MCP의 고도를 FMC에 입력한 최초 도달고도인 7000피트로 설정해놓습니다.
그리고 CH vor(Cheung Chau VOR) 전방 75nm 지점에서 하강을 시작합니다. (0229z)
홍콩과 가까워지자, ND 여기저기에 항적이 표시됩니다.
교신도 분주하구요.
한참 하강하는 도중, 홍콩 국제공항 이착륙 활주로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금일 이착륙 활주로는 RWY 25L/R로, 저희 항공기는 RWY 25L을 배정받았구요.
RWY 25L 접근경로를 FMC에 입력합니다.
홍콩 시가지 상공으로 날아듭니다+_+
(...시끄럽다고 민원들어오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_=; )
저 앞으로, 지금은 사라진 홍콩의 명물 카이탁 공항이 보이구요.
시가지 뒤쪽이 뿌연게 안개가 심한듯 싶습니다.
FAF인 MIRRS fix에서 좌선회.
파이널 구간에 진입합니다.
LOC ARM
LOC Capture~.
좌우로 왔다갔다 하며 활주로와 정렬하구요.
이어서 G/S도 잡았습니다.
최종 접근속도는 139노트로, 감속하며 속도에 맞춰 플랩을 하나씩 펼쳐줍니다.
홍콩 시가지 외곽으로 빠져나옵니다.
비행기 아래로 Ting Kau Bridge가, 그리고 비행기 진행방향으로 놓인 칭마대교(靑馬大橋)가 동시에 눈에 들어옵니다.
칭마대교를 건너 앞으로 쭉~ 가면 홍콩 첵랍콕 공항으로 갈 수 있구요.
꽤 내려왔나봅니다~.
동네가 제법 선명하게(!) 보입니다.
Gear Down
최종접근속도까지 감속완료, Flaps Full, Spoiler ARM
PSS패널 특성상, 풋브레이크를 밟아도 오토브레이크가 풀리지 않기 때문에 오토브레이크는 적용하지 않구요.
윈드실드 너머로, 뿌옇긴 하지만 공항이 위치한 섬 윤곽이 보입니다.
안개가 끼어서 시정이 썩 좋은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보이는 정도는 아닌지라 계속해서 밀고 들어갑니다.
MSL 480ft지점에서 Approach Light Insight
착륙을 결정합니다.
활주로 위로 사뿐히 날아들구요~.
쿵~.
Spoiler Deployed, Thrust Reverse~.
후행 항공기가 따라오는지라 후다닥 감속합니다.
충분히 감속한 후, 고속이탈 유도로를 통해 활주로를 빠져나갑니다.
한바퀴 삥~ 돌아서 여객터미널로 향하구요.
홍콩 그라운드와 교신, 주기할 게이트를 배정받구요.
주기할 게이트는 S45번 스팟입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배정받았습니다....가 아니고...
승객 입장에서 보면 터미널 끝에 내리게되니... 공항 청사 밖으로 나갈려면 터미널 끝에서 끝까지 가야되는거로군요ㅜㅜ
Flap, Spoiler 원위치.
Landing/Strobe Light off
APU Start.
오랜만에 보는 홍콩타워입니다~.
Ramp in.
청사 건너편에는 온통 캐세이퍼시픽 비행기 뿐이로군요~.
배정받은 S45스팟에 진입중입니다.
저 뒤에 보이는 델타항공을... 꼬리날개만 보고 저희네 비행기인줄로 착각했습니다...ㅜㅜ;
(저희네 비행기 AI편은 루프트한자 B744건너편 스팟에 서있구요. 꼬리만 보입니다~.)
VDGS의 유도에 맞춰 STOP~.
APU 작동여부 확인 후, Fuel Cut off
Taxi/Beacon light off
Belt Sign off
그라운드 파워가 연결되면, APU도 off시켜주구요~.
L1, L2 Door에 브릿지 접현, 조업차량이 하나 둘 달라붙어 지상조업을 시작합니다.
홍콩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보다 22분 빠른 오전 10시 53분 도착하였구요.
장거리 비행이 아닌고로, 승무교대없이 바로 인천으로 비행기 끌고 올라가게 됩니다.
다음편은 1시간 40분 후인, 오후 12시 35분에 출발하는 KA514편이구요.
승객 하기가 끝나고, 가볍게 외부점검도 할 겸, 겸사겸사 밖으로 나왔습니다.
확실히 남쪽동네라 그런지 따뜻한게 좋네요~.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면 한겨울 칼바람 부는 주기장이 기다리고 있겠지만요ㅜㅜ
외부점검 끝내고 가볍게 점심식사를 한 후, 다시 인천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3시간 23분간의 비행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