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이야기/기 차 역 ━

옛 호남선 영산포역의 흔적

반쪽날개 2009. 3. 15. 22:30

면허증 적성검사/갱신기간이 임박해옴에 따라, 면허증도 바꾸고 신체검사도 할 겸 나주 면허시험장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이번 버스 개편으로 인해 집에서 나주터미널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생겨서 나주터미널까지 편하게 간 후,
그곳에서 다시/나산 방면으로 향하는 시외버스로 갈아탄 후, 면허시험장까지 이동.

시험장 들어가는 버스는 시격이 상당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해버렸지만요.
여하튼 그렇게 면허증을 갱신하고 다시 나주터미널로 돌아가려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서...
(...한 1시간 기다렸나=_=; ) 결국 걸어서 영산포 삼거리까지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지나치게 된 영산포역.
영산포역이 폐쇄된 이후로는, 버스타고 지나가면서 창밖으로 본 모습이 전부였던지라,
이번 기회에 영산포역 터를 걸어보기로 하였습니다.


* * *


2001년 7월 10일.
호남선 복선/선형개량 사업으로 인해 그 자취를 감추게 된 역 중 하나인 호남선 『영산포역』

1914년 2월 1일 영업을 시작하여, 2001년 7월 10일까지 영업하였던 이 영산포역은,
전라남도 나주시 소재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산강 하구둑이 막히기 전까지 목포에서 이곳까지 배가 들어와 물류를 담당했던
영산포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역입니다.

인근에 나주역이 있긴하지만 (현재 나주역위치 아님), 오히려 그 나주역보다 영산포역의 규모가 더 컸고
어느곳이나 그렇듯 영산포역을 중심으로 주변에 상권이 활성화된 활기찬 곳이었습니다.
(영산포 하면 영산강 강변에 위치한 홍어거리가 유명하죠.)

하지만, 영산포역 바로 앞 영강동 근처의 산을 관통하는 것으로 호남선이 이설되어버린 탓에,
영산포역은 역사가 폐쇄되고, 구 나주역과 영산포역을 통합하여, 두 역 사이 지점에 신 나주역을 건설하게 됩니다.

이때, 영산포역이 가지고 있던 한국철도 100주년 스탬프는 신 나주역으로 옮겨졌고,
영산포역과 동일한 디자인의 나주역 스탬프도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2003년 6월 20일.
당시 철도청에서는 영산포역 역사를 철도박물관 및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결국 이 계획은 1년만에 무산되고, 근 90여년의 세월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던 영산포역 역사는 철거되었습니다.




영산포역 구내는 이제 주민들의 쉼터로 변해있었습니다.
다만 이곳이 예전 기차역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듯, 선로는 그대로 남겨져있네요.
(남겨졌다기보단 다 뜯어내고, 다시 깔았다...가 맞을듯 싶네요.)

사진 왼쪽은 산책로가 마련되어있고, 오른쪽 잔디밭은 예전 영산포역 수하물 처리장 건물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선로의 끝에 보이는 영산포역 플랫폼과 방풍실.

그리고 옛 선로부지를 따라 놓여진 산책로 (오른쪽)가 눈에 보입니다.





왼쪽은 상행선, 오른쪽은 하행선.
어색하지만, 나름 선로 분기지역도 구현되어있네요.

열차가 절대 다닐 수 없는 구조의 선로가 독특해보입니다.





상행선 선로 옆쪽으로는 황토볼 산책로가 마련되어있습니다.
...한번 걸어볼까~ 하고 발을 디뎠는데, 이건 황토볼 산책로가 아니고.. 늪이었습니다=_=;;
발이 깊숙히 빠지는데다가, 오전 내내 눈까지 내려놔서 신발은 말 그대로 걸레가 되버렸지요=_=....;;





옛날부터 있었던 목포방면쪽의 방풍대합실.
영산포역의 흔적중 온전히 보존된 것은 이거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 방풍실에, 페인트칠만 다시 했으니까요.

이곳을 보니 예전생각나네요~.
어린시절 송정리역 종착 비둘기호를 타기 위해서 이곳에서 기차를 기다리기도 했는데 말이죠~.
통학/통근하는 사람, 장사할 물건 떼오는사람, 집으로 가는사람 등등...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곳이 지금은 한없이 한적하기만 합니다.

그당시 2량짜리 목포-송정리 비둘기호가 참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열차였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 아쉽다고 해야될까요?

영산포 장터에서 반찬거리며 먹거리를 잔뜩 사오신 할머니들께서 하나 먹어보라며 주시던 어묵이나 반찬거리~
어찌나 맛있던지요^ㅡ^.

의자도 지하철처럼 길죽하게 늘어진 방식이어서,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열차안은 온통 시끌벅적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송정리역 인근 송정리 5일장 장날이 되면 대박이었지요=_=;;; )





옛 모습을 재현해놓기는 했지만, 옛모습은 아닌 영산포역 플랫폼.
지금은 블럭이 깔려있지만, 예전에는 콘트리트로 된 플랫폼이었고, 지붕 역시 저렇게 현대화 된 지붕도 아니었습니다~.





플랫폼앞에 펼쳐진 공터.
이곳이 옛 영산포역 역사 자리입니다.

저 앞에 세워진 증기기관차와, 증기기관차 꽁무니쪽에 서있는 커다란 나무.

저 나무는 영산포역 대합실 입구에 있던 큰 나무로, 그 나무 아래 벤치도 마련되어있어서 한여름 더위를 식히려는
인근 주민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던 나무였습니다.

역은 철거되었지만, 저 나무는 아직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네요.





영산포역 폐쇄와 함께 자연스레 문을 닫게된 역 주변 식당, 그리고 가게들.

영산포역 하면, 흔히 간이역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당시 최고등급 열차인 새마을호도 전부 정차하는 큰 역이었고,
오히려 나주역이 배치간이역으로 영산포역보다 더 낮은 등급이었습니다.

그만큼 기차가 다닐때 이 주변은 말 그대로 번화가였지요.

하지만, 영산포역이 문을 닫고, 나주역이 보통역으로 승격되어 이설됨에 따라, 영산포역 주변은 상권이 많이 죽어버렸습니다.
그 흔적만이 한때의 풍요로움을 간직하고 있는듯 싶네요.





바퀴가 고정되어있어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증기기관차,
그리고 그 기관차 뒤로 열차가 오지않는 플랫폼.

아마 이곳을 처음 와보는 사람들은, 여기에 저게 왜 있는걸까 라고 생각하기 쉬울법한 풍경입니다.





철마는 달리고싶다(?!)





호남선 개통전에는 나주가 발전했지만 (예~~전에는 광주보다도 나주가 더 컸습니다.),
호남선이 뚫리고 이곳에 영산포역이 들어선 후에는 나주보다도 영산포가 더 크게 발전하였지요.

영산강하구 (목포 평화광장쪽)가 막히기 전까지만 해도 고깃배를 비롯한 수많은 선박들이 이곳 영산포구로 들어왔었고,
국내에는 유일한, 내륙에 설치된 등대까지 설치되었던 곳. (현재도 보존되어있고, 영산포 구 다리 옆에 있습니다.)

게다가 영산포가 교통의 중심지라 불리웠었는데, 전남 서남부권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산포를 거쳐가야 했을 정도였지요.
그때문에 영산포역은 클수밖에 없었고, 아직도 영산포역 인근 (다리건너편)에 영산포 터미널에서는,
보성, 강진, 해남, 완도, 장흥, 영암등을 가는 시외버스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저기를 가려면 영산포를 거쳐가야되지요.)
지금은 구불구불한 국도도 확장이설되고, 영산포를 경유하지 않더라도 갈수는 있지만요.

* * *

철도가 복선/직선화의 이유로 이설되고 나면 분명 열차 운행속도도 빨라지고, 소요시간도 단축되지만,
역이 이설됨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영산포역과 송정리를 비롯한 전남 여기저기를 버스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한때 크게 발전했었던 영산포 일대는 이제 많이 쇠퇴해버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만큼 영산포역이 이곳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었던거죠.

아직도 생각나네요.
송정리역에서 호랑이 무늬 기관차가 끄는 두량짜리 비둘기호를 타고 목포가면서 보았던 영산포역, 그리고 영산강과 구진포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