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이야기/기 차 역 ━

비 내리는 정읍역에서 바라본 고속열차들

반쪽날개 2016. 3. 9. 00:00

 

최근 들어 통 기차 출사를 나가지 않다가 모처럼 바람도 쐴 겸, 겸사겸사 정읍역에 다녀왔습니다.

 

근처 광주송정역에서도 기차를 볼 수 있지만, 굳이 정읍역까지 올라온 이유는, 역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고속열차를 구경하기 위함인데,

광주송정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역인데다 광주송정역 이남 지역은 고속열차들이 기존선을 이용해 저속으로 달리는지라,

고속열차가 빠른 속도로 역을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역인 정읍역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비가 요란스레 내리는 어느 주말 오후.

비가 와서인지 주말임에도 역 앞 광장이 한산합니다.

 

정읍역은 선로가 주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있는지라 광장과 대합실의 높이차가 다른 역보다 큰 편입니다.

광주송정역 대합실이 일반 건물 3층 높이라면 정읍역은 4층 높이 정도 되고, 광장과 대합실을 연결하는 계단과 에스켤레이터 길이도 다른 역에 비해 긴 편입니다.

 

 

 

 

 

대합실에 들어가자 마침 정읍역에 정차하는 고속열차가 곧 도착한다길래, 해당 열차가 도착할 플랫폼으로 내려갑니다.

 

고속선 상행 플랫폼 (4번) 끝에서 남쪽 (광주송정역 방면)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왼쪽의 콘크리트 도상 선로는 호남고속선이고, 오른쪽으로 살짝 보이는 자갈 도상 선로는 호남선입니다.

 

광주송정역은 호남고속선이 끝나는 광주차량기지부터 도상 및 전차선이 기존선 방식으로 바뀌는지라 고속선 플랫폼에 가도 고속선 느낌이 들지 않는데,

정읍역은 고속선과 기존선이 분리되어있는 구조라 고속선 플랫폼의 도상 및 전차선이 고속선 방식 그대로입니다.

딱 봐도 왼쪽 고속선과 오른쪽 기존선의 전차선을 물고 있는 전봇대 구조가 서로 다르지요.

 

그러고 보니, 국내에서 기존선과 고속선을 동시에 운용하는 역이 정읍역 말고 또 있으려나요?

(광주송정, 익산, 대전, 동대구, 부산은 전부 기존선 합류인듯 싶구요)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플랫폼 반대쪽 끝부분 (익산방면)이 제법 뿌연 게 왠지 운치 있어 보입니다.

플랫폼도 한산하고 분위기도 좋던데, 가져온 카메라가 휴대전화에 달린 카메라 밖에 없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플랫폼은 호남선 하행 플랫폼이고, 고속선 상행 플랫폼과 호남선 하행 플랫폼 사이에 호남선 하행 대피선이 놓여있습니다)

 

 

고속선 상행 플랫폼과 하행 플랫폼 사이를 막아놓은 벽 안쪽에는 통과선로가 설치되어있는데,

정읍역은 필수정차역이 아닌 만큼, 통과열차들은 벽 안쪽의 통과선로를 이용해 역을 지나갑니다.

 

마침 저 멀리 정읍역을 통과하는 하행열차 하나가 내려옵니다.

 

 

 

 

 

영상 속 열차는 용산(15:50)발 목포(18:02)행 KTX 523열차로, 용산, 익산, 광주송정, 나주, 목포역만 정차하는 열차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강 280km/h 정도로 통과한듯 싶네요)

 

 

이 녀석은 경부선상의 역을 전부 무정차로 통과하는 몇 안 되는 호남선 열차 중 하나지만,

용산, 익산, 광주송정만 정차하는 555열차와 달리 광주송정역 이남 기존선 구간을 이용해 목포까지 내려가는지라,

고속선 구간 정차역이 2개 이하임에도 A등급 운임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A등급 운임이라 해봐야 몇 백원 차이도 안 나고, 경부선상의 역을 전부 무정차로 통과하는 호남선 열차는 상하행선 통틀어 555열차와 523열차 뿐입니다=_=)

 

 

 

 

 

KTX 523열차가 지나가고 곧이어 광주송정(16:55)발 용산(18:47)행 KTX 562열차 (27호기)가 들어옵니다.

플랫폼에 진입하기 전에 헤드라이트를 켜네요~.

 

KTX가 브레이크를 잡을 때 신경 거슬리는 쇳소리가 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이날따라 유독 더 크게 들리더라구요.

 

 

이 녀석은 최초 출발역이 광주송정역이고 지금 정차하는 정읍역은 출발 후 첫 번째 정차역인데,

광주송정역에서부터 순방향 좌석 대부분을 채워온 것인지, 순방향은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와 반대로 역방향 좌석은 대부분 비어있었구요.

 

 

 

 

 

두 대의 고속열차를 구경한 후 다시 대합실 밖으로 나오니,

빗줄기가 대합실에 들어가기 전보다 더 굵어진 게 우산도 소용없을 정도네요.

 

정읍까지 온 김에 근처 고속선 포인트라도 뚫어볼까 했는데,

요란스레 내리는 비 때문에 포인트 개척(!)은 다음으로 미루고 다시 광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언제 날씨 좋은 날 다시 올라오든지 해야지요...ㅜㅜ;;;

 

 

 

:: 뱀 발 ::

...생각해보니, 정읍역은 기차 타고 지나가 보기만 했지, 역사 밖으로 나와본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