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일상 이야기

눈 내리는 동네 밤 풍경과 정체가 극에 달한 제주공항 하늘길

반쪽날개 2016. 1. 26. 00:00

 

올겨울 들어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이 계속되길래, 이거 겨울 맞나? 했더니만,

사상 초유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강추위가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추위도 추위지만, 그동안 내리지 않았던 눈도 한번에 몰아내리려는 심산인지 한번 내렸다 하면 거의 퍼붓는 수준인지라,

순식간에 쌓이는 눈에 도로 제설도 의미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1월 마지막 주를 고비로 큰 추위는 물러간다고 하니 조금만 더 버텨봐야지요.

(더위를 잘 타고 추위는 잘 안 타는 체질이라 여름보다는 겨울을 더 좋아하는데, 이번 추위는 바깥에서 오래 버티는게 힘들 정도네요=_=;;; )

 

 

 

 

 

(SONY A700 | SONY DT 16-50mm F2.8 SSM | 25" | F16 | 16mm | ISO200 | Multi-Pattern)

 

눈 쏟아지는 어느 주말 밤.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눈 위에 비치는 가로등 불빛이 운치 있게 보여, 뜬금없이 카메라를 들고 집 앞으로 나가보았습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볼까~도 했는데, 발목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치고 버스 정류장까지 나가는게 쉽지 않아 그냥 집 앞에만 있었구요.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은 후 조리개랑 셔터속도를 설정하는데, 하늘이 밝아진다 싶더니... 잠깐 잠잠했던 눈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눈도 눈이지만 바람이 굉장히 강했던지라 앞에 있는 나무가 휘청휘청 하더라구요.

 

이때 눈발 날리는게 장난 아니었는데 30초 장노출이라 그 모습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는게 아쉽습니다.

(나무 뒤쪽의 건물들이 뿌옇게 보이지요~.)

 

 

 

 

 

(SONY A700 | SONY DT 16-50mm F2.8 SSM | 30" | F16 | 16mm | ISO200 | Multi-Pattern)

 

한 5분 정도 신나게 퍼붓더니 다시 구름이 몰려가고 밤하늘이 보입니다.

(무섭게 휘몰아치던 바람도 잠잠해졌구요.)

그간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도 요 며칠 계속 내린 눈에 싹 씻겨갔는지 밤하늘이 유난히도 깨끗합니다.

 

이 두 장 찍고 집으로 후다닥 들어왔는데,

그 사이에 눈벼락(!) 맞은 삼각대는 다리가 얼어붙어 접어질 생각을 않고,

카메라 손떨림 방지 모듈은 얼어붙었는지 움직임이 영 시원찮은데다, 나갈 때까지만 해도 빵빵했던 카메라 배터리는 방전 직전까지 갔더라구요.

예전에 한파경보 내린 한겨울 공항 출사 때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번 추위는 상당히 강한가봅니다.

 

 

눈 내린 후의 밤 풍경이 멋지긴 한데... 이동하기도 힘들고 춥기도 해서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게 쉽지 않네요.

(...카메라 메고 걸어가다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여러가지 의미로 대형 참사구요=_=)

 

어쨌거나 이번 주가 지나면 날이 많이 풀린다고 하니 이런 모습을 보는게 힘들어질 듯 싶기도 하고,

모처럼 야경도 찍어볼 겸 멀리는 아니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나가보았습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빙판길 조심하시구요~.

 

 

 

p.s

 

 

▲ 이건 월요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

 

야경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눈 내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쌓인 눈이 많지 않았는데,

월요일 새벽까지 줄기차게 쏟아져버린 탓에 월요일 하루 광주시내 학교에 휴교령이 발령되었고 출근길은 대략 지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광주지방 기상청에서 발표한 광주시 공식 적설량은 25.5cm이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읍이 적설량 35.5cm로 영예의 1위(!)를 차지했습니다=_=)

 

다행히 월요일 정오를 기해 대설경보가 해제되었지만, 내린 눈의 양이 워낙 많은 탓에 이게 다 녹으려면 한참 걸릴듯 싶습니다.

(화요일부터 기온이 오르고 목요일날 비온댔으니 어쩌면 생각외로 금방 녹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요 며칠 하늘이 유난히도 조용하다 했더니,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광주공항 폐쇄됐었다고 하네요=_=;;;

 

 

 

 

 

공항 폐쇄... 하면 이번 폭설로 인해 하늘/바닷길이 모두 막혀버린 제주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토요일부터 폭설로 인해 제주공항과 제주항이 폐쇄돼 완전히 고립되었는데, 다행히 월요일 오후부터 항공기 및 선박 운행이 재개되었고,

항공사에서는 발 묶인 사람들을 수송하기 위해 제주행 임시 편을 대거 투입하기에 이릅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의 발이 묶여있다보니,

광동체 기체인 B747-400이나 A330-300은 물론이고 평소에는 국내선에 투입하지 않던 B777-300ER 같은 녀석들까지 전부 임시 편으로 투입되어

남해안 공역 일대의 혼잡도가 극에 달했습니다.

 

너무 많은 항공기가 한번에 몰린 탓에 제주공항의 항공기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제주까지 곧장 내려가지 못하고 군산/해남/제주 남단에서 체공비행을 하며 제주공항 착륙을 기다리는 항공기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더랍니다.

 

왼쪽부터,

아시아나 8483, 대한항공 1729, 진에어 331

티웨이 9711, 아시아나 8955, 이스타젯 707

중국남방항공 3059, 중국동방항공 2067, 길상항공 1377 편이 홀딩 중입니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비행기들은 한두바퀴 돌고 바로 포인트 머지 (Point Merge) 구간에 들어가는 반면,

김포에서 내려오는 비행기들은 군산에서 1차로 돌고, 해남에서 2차로 돈 후 포인트 머지 구간에 들어가더라구요.

제주공항에 Point Merge 절차를 적용한 이래, 이 절차를 이렇게까지 제대로 써먹는건 이번이 처음일겁니다.

 

 

 

 

 

▲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분주한 Y711, Y722 항로. 리스트 상의 모든 비행기들이 제주 발/착 임시 편입니다 ▲

 

유례없는 장시간의 공항 폐쇄에, 이날 하루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광주공항의 심야시간 비행 금지 규정을 임시로 해제, 밤새도록 승객들을 실어 나를 거라 합니다.

(김포공항은 주변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23시 이후부터 RWY 14로 이착륙)

혹시 모를 회항 및 연료 재급유에 대비해 광주공항도 24시간 대기 상태에 들어갔구요.

 

다만, 임시 편은 김포, 김해공항에만 투입되었고, 광주공항은 아시아나 8148 정기편을, 나머지 공항은... 죄다 결항 처리 해버렸습니다=_=;;

(제주발 광주행 아시아나 8148편은, 예정대로라면 전날 오후 8시 45분에 도착해야 했으나, 4시간 55분이 지연된 새벽 1시 40분께 광주공항에 도착했습니다.)